조선에 로버트 J 토마스(1839~1866) 선교사를 파송했던 세계선교협의회(CWM·총무 금주섭 목사)가 전쟁 고금리 기후 극우정치 등 당면한 위기 속 세계 선교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CWM은 17일 인천 연수구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연례회의를 열고 세계교회가 식민주의와 경제 착취에서 벗어나 사회적 불평등에 저항하는 지속적인 운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전날부터 이어진 회의에서 금주섭 총무는 CWM이 펼치고 있는 ‘오네시모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앞으로 세계 선교는 탈식민지화에 초점을 맞추고 엘리트주의에서 풀뿌리운동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네시모 프로젝트는 식민지 시대 CWM이 노예 제도를 통한 수익으로 기관을 유지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희생자를 위한 보상과 화해를 추진하는 운동이다. 금 총무는 “경제 착취로 대표되는 현대판 노예 제도도 경계해야 한다”며 “교회 내부에서도 소외 구조를 해체하고 포용적인 공동체를 추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7년 CWM은 런던선교회에서 이름을 바꿔 재탄생한 지 50주년을 맞는다. CWM은 희년을 앞두고 새로운 사역 방안도 논의했다. 장윤재 이화여대 교수는 “희년은 하나님·이웃·자연과의 관계 회복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성서 속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적용되는 일상이자 하나님의 제도가 돼야 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어 “세계교회는 이 세상에 그 이하로 떨어져서는 안 되는 ‘빈곤선(poverty line)’이 있는 것처럼 그 이상 올라가서도 안 되는 부의 한계, 즉 ‘탐욕선(greed line)’이 있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CWM이 극단적인 양극화와 불평등 그리고 불의의 극복을 우선적인 선교적 과제로 두고 빚을 갚지 못해 쫓기거나 장기를 적출당하는 사람들에게 대대적인 빚 탕감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CWM은 바누아투장로교회 모리셔스장로교회 등 4개 교단 회원 가입을 통과시켰다. 18일까지 이어지는 회의에서 금 목사 총무 연임 건도 다룰 예정이다.
1795년 런던선교회란 이름으로 탄생한 CWM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연합선교기관으로 토마스 선교사를 비롯해 아프리카(데이비드 리빙스턴) 중국(로버트 모리슨) 남태평양(존 윌리엄스) 등에 최초의 선교사를 파송했다. 현재는 선교정책 개발과 회원국 지원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 32개 교단이 회원으로 있으며 한국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김영걸 목사) 총회가 가입돼 있다.
인천=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