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의 파고 앞에서, 경북 포항시가 국제사회와 함께 해법 찾기에 나선다. 오는 7월 전 세계 도시와 산업의 미래를 논의할 유엔 기후변화 워크숍이 포항에서 열린다.
기후위기 대응 최전선에 선 포항
포항시는 오는 7월 3일부터 4일까지 ‘제14차 유엔 기후변화 글로벌 혁신허브(UGIH) 시스테믹 혁신 워크숍(Systemic Innovation Workshop, 이하 SIW)’을 개최한다. 이번 워크숍은 도시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철강, 이차전지, 운송, 에너지 등 포항의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 전략과 실행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의 장이다. 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산업 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기후 리더 도시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철강도시’로 대표되는 포항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징적 도시다. 이차전지, 모빌리티, 에너지 등 차세대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포항은 기존의 고탄소 산업 구조를 지속가능한 미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스테믹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워크숍은 단순한 기술 토론을 넘어 정책·금융·문화·창의 산업 등 다양한 분야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형 접근을 시도한다. 특히 ‘백캐스팅(backcasting)’ 방식으로 미래의 탄소중립 도시를 상정하고, 그에 도달하기 위한 현실적인 경로를 역산해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스테믹 혁신 워크숍
SIW는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처음 출범해 지금까지 13차례 열렸으며, 9개의 글로벌 혁신 프로젝트를 발굴해냈다. 이는 기술·정책·비즈니스 모델뿐만 아니라 창의적 협업 방식을 통해 도시 맞춤형 솔루션을 도출하는 ‘시스테믹 혁신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UN 기후변화 글로벌 혁신허브와 포항시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워크숍은 포항의 주요 산업인 철강, 이차전지, 운송, 에너지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기후 대응 전략을 논의한다. 각 분야별로 기술·정책·인프라 측면의 과제를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 전환을 가속화할 실행 가능한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할 예정이다.
주요 토의주제는 철강의 탈탄소화를 위한 공정개선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방안, 이차전지 경쟁력 개선 방안 및 이차전지 환경 대응 기술 등을 다룬다. 또 친환경 운송(수소 등) 도입 및 인프라 구축과 그린웨이로 저탄소 보행자 문화 확산, 지역 분산형 에너지 활성화 방안과 에너지 믹스 방안(재생+원전)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SIW의 결과물로 제안된 혁신 프로젝트는 ‘애드 혹 워킹 그룹(AWG)’을 구성해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샌드박스(시험 테스트) 형태의 실증사업도 모색할 계획이다.
시는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참석해 이번 워크숍의 결과와 지역의 기후 대응 모델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COP30에서는 SIW와 AWG에서 도출된 혁신 프로젝트의 성과와 학습 경험을 소개하는 1시간 분량의 패널 세션이 마련된다. 이는 포항이 단순한 참가 도시를 넘어, 글로벌 지속가능성 담론을 이끄는 ‘모범 사례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기후 위기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도시 현장의 문제다”라며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면서도 기후에 부합하는 전환을 이뤄야 하는 도전은 쉽지 않지만, 포항은 이를 해내기 위한 협력과 실행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워크숍은 포항이 탄소중립 전환을 넘어 국제 기후 리더십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민, 기업, 연구기관, 국제기구가 함께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덕 포항시장
“저탄소 녹색도시 향한 노력, 울림 주는 계기 되기를”
“저탄소 녹색도시 향한 노력, 울림 주는 계기 되기를”
“저탄소 녹색도시를 향한 포항시의 노력이 국제사회에 울림과 공감을 주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이강덕(사진) 경북 포항시장은 다음 달 초 포항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 글로벌 혁신 허브 SIW을 앞두고, “이번 워크숍의 개최로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혁신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2020. 10) 및 제21대 대한민국 새 정부의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정부 기조에 발맞춰, 에너지 전환 전략과 산업구조 개편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포항의 산업적 배경을 설명하며 “제철 산업을 통해 지역 발전과 국가 산업화를 이끌어왔지만, 동시에 탄소 배출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함께 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시는 2021년 ‘2050 탄소중립 환경드림시티 포항’이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체계적인 로드맵과 실행계획을 수립해 실천해오고 있다. 이 시장은 포항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저탄소 미래 신성장 산업 육성을 통한 산업구조 대개편’을 꼽았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이차전지, 바이오, 수소 등 미래 신성장 산업 육성에 꾸준히 집중해왔으며, 기존 철강 산업에도 저탄소화를 위한 기술 혁신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은 2030년까지 도시 전력 소비의 27%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 아래,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과 수소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 체계를 확충하고 있다.
이강덕 시장은 “포항은 청정에너지 전환과 저탄소 산업 혁신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글로벌 선도 도시로 도약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내외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