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보다 어려 보이네” “어쩌면 그렇게 나이를 안 먹니.” 이런 이야기를 가끔 주고받을 것이다. 인사치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 과학적으로도 나이보다 젊은 사람이 있다. 반대로 늙은 사람도 있다.
선한목자병원 이창우 원장은 신분증의 숫자가 아닌 실제 몸의 나이를 ‘생체 나이’라 부르고 이를 구하는 방정식을 만들었다. 또 누구나 생체 나이를 구할 수 있도록 ‘HEMR 생체 나이 방정식’(국민일보)을 책으로 출간했다.
HEMR 생체 나이 방정식은 이 원장이 정형외과 전문의로 35년간 환자들을 돌보며 관찰한 임상을 토대로 만들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선한목자병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나이는 같지만 노화 상태는 다른 환자를 수없이 많이 보면서 선천적 요인보다 후천적 요인이 노화를 결정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다시 말해 우리의 몸을 잘 관리하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책에는 자가 테스트 검사지가 있다. 점수에 따라 현재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방정식에 대입한다. 방정식에 입력하는 변수는 H E M R 등 네 가지다. H(Health Management)는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이고 E(Exercise & Mobility)는 ‘얼마나 규칙적이고 유효한 움직임을 하느냐’다. 또 M(Mental Vitality)은 ‘스트레스를 다루고 긍정적인 심리를 유지하느냐’이며 R(Regenerative Potential)은 ‘회복력, 면역력, 세포 재생력은 어떤 수준인가’이다.
생체 나이를 알려면 먼저 노화 속도 계수(F)를 구한다. 계수는 1.5 - (H + E + M + R) ÷ 250 × 0.8이다. 이를 방정식에 대입해 생체 나이(Bp)를 구한다. 생체 나이는 20 + (C - 20) × F이다. C는 실제 나이다. 현재의 생체 나이를 알면 미래의 생체 나이(Bf)도 구할 수 있다. 미래 생체 나이는 Bp + (T × F)이다. T는 경과 연수다.
이 원장은 “이 수식을 토대로 현재 상태를 측정한 후 노화 속도를 줄이고 노화의 질을 바꿀 수 있다”며 “책은 독자 스스로 자기 인생의 시간표를 다시 쓰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병원에 연락하면 개인의 건강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HEMR 생체 나이 방정식은 각자의 생체 구조에 따라 각각 다른 해법을 제시합니다. 사람마다 취약한 영역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정신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운동이 부족하고 어떤 사람은 꾸준히 운동은 하지만 영양과 수면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만성질환은 없지만 최근 세포 재생력이 떨어져 상처 회복이 더딜 수 있습니다. 각각의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지만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책의 자가 테스트와 방정식 분석 시스템이 이를 파악하도록 돕습니다.”
그는 “책은 단순히 ‘운동하세요’ ‘건강식을 드세요’가 아니라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습관이 무엇인지 수치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네 가지 변수 중 노화를 늦추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원장은 M, 즉 정신적 활력(Mental Vitality)을 꼽았다. 운동 식습관 회복력 모두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을 꾸준히 실천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정신적 활력은 단순히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 삶을 주도하고 회복력을 끌어내는 심리적 에너지라고 했다.
이 책에서 M 항목은 우울감, 회복 탄력성, 명상, 감사 태도, 지적 호기심, 수면의 질 등 정신적 활력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포함한다. 이 항목에서 점수가 높은 사람은 대부분 H E R 항목에서도 점수가 높다고 이 원장은 설명했다.
책은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서도 다뤘다. 줄기세포 치료는 단지 질환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기능을 회복시키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시키는 ‘회복의 의학’이라는 관점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라고도 했다.
이 원장은 1990년대부터 미국 피츠버그대와 존스홉킨스대에서 유전자 치료와 줄기세포 치료를 연구했다. 이후 30년 동안 이 분야의 임상과 기초 연구를 병행해왔다. “단순한 이론 연구가 아니라 수술과 치료 현장 속에서 줄기세포의 실제 효과와 한계, 그리고 가능성의 확장성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경험해 왔습니다. 선한목자병원은 현재 자가 골수 줄기세포를 활용한 초자연골 재생 임상 연구와 관련해 보건 당국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기존의 단순 재생이 아닌, ‘원래의 연골 조직’을 가장 유사하게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선한목자병원은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공동체로 알려져 있다. 병원은 ‘굳세퍼드(선한목자) 재단’을 설립해 전 세계 21개국에 총 23개의 무료 진료소를 세웠다. 국내에선 월 2회 서울역 노숙인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월 1회 농촌·오지 의료취약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건강 상담과 처방을 하고 있다.
글·사진=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