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주민들과 전체 판돈 10만원을 걸고 1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쳤다면 도박일까. 70대 할아버지는 2023년 4월 군산시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 3명과 판돈을 걸고 고스톱을 친 혐의로 기소됐다. 판돈은 10만8400원이었고, 1점당 100원씩이었다. 이들은 ‘딴 돈의 일부를 맥주와 통닭값에 보태야 한다’는 약속까지 하고 15분간 화투를 쳤다. 이 사건은 판돈의 규모와 도박 시간, 경제적 이득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를 과연 도박으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다. 1심 재판부는 도박이 아닌 ‘일시 오락’으로 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사는 피고인이 과거 도박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당시 고스톱이 경찰 단속으로 중단된 점 등을 들어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6일 “적발 당시 피고인 등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소지했던 현금의 총액은 각자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많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재확인했다.
그렇다면, 가정주부·무직자 등이 점당 500원씩 40여차례에 걸쳐 판돈 28만6000원을 걸고 75분 동안 화투를 쳤다면 어떨까. 2015년 법원은 이들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도박 참가자들의 직업에 비해 점당 500원의 판돈이 고액인 점, 비교적 긴 시간인 1시간 15분 동안 게임을 진행한 점을 유죄 근거로 들었다. 반면, 2012년에는 법원은 재력가들이 모여 판돈 60만원을 걸고 포커 게임을 한 사례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참여한 사람들의 재산 규모에 비해 판돈이 적다는 이유였다.
현행법에 따르면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도박 행위가 일시적이지 않고 상습적일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원은 △도박 행위를 한 시간과 장소 △도박자의 전과 △도박자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 △판돈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박죄 처벌 여부를 판단한다. ‘일시 오락’도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는 얘기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