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교회(주경훈 목사)가 운영하는 사모 회복 프로그램 ‘사모리조이스’가 ‘2025 국민미션어워드’ 치유 부문을 수상했다. 사모리조이스는 2007년부터 강연 콘서트 간증 등을 통해 국내외 교회 사모에게 쉼과 회복을 제공해 왔다. 오륜교회는 ‘목회자 사모의 67%가 우울증을 경험했다’는 통계를 접하고 사모를 섬기기 위한 마음으로 이 사역을 시작했다.
최근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에서 만난 주경훈(사진) 목사는 사모리조이스의 방향성이 ‘전인 건강’이라고 소개했다. 전인 건강은 인간의 신체 정신 영혼 정서 등의 영역이 균형을 이룬 상태를 말한다. 주 목사는 “목회가 주로 담임목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사모를 위한 사역은 제한적”이라며 “사모들의 영성 회복도 담임 목회자 못지않게 중요하기에 이들의 정서적·심리적 안식을 살피는 사역이 우선돼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사모들의 어려움, 정체성 혼란
사모이기에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주 목사는 사모리조이스 현장을 통해 알게 된 사모들의 가장 큰 문제는 역할에 대한 혼동이라고 했다. 주 목사는 한국교회 내 불분명한 사모의 위치를 “평신도도 목회자도 아닌 존재이며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감춰질 수 없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00명의 교인이 있다면 사모에 대해 100가지의 기대와 평가가 있다”며 “이러한 상황들은 사모가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정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오륜교회가 사모리조이스를 통해 사모의 정체성 혼란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성성 회복이다. 주 목사는 “사모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상처받은 감정을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며 “사모라는 호칭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도록 돕고자 했다”고 전했다.
봉사자 헌신이 교회까지 변화시켜
사모리조이스에는 매년 200여명의 교인들이 봉사자로 참여한다. 교회가 교회 밖 사모를 섬길수록 봉사자들은 교회 안 사모에 대한 사랑을 더 크게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 목사는 “교인들이 사모리조이스에 참여하는 사모들의 어려움과 아픔에 공감하면서 동시에 우리 교회의 사모에 대한 긍휼한 마음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모를 섬기면서 받은 봉사자들의 은혜는 교회를 따뜻하게 바꾸는 계기가 된다”고 덧붙였다.
사모리조이스가 안정적인 섬김 사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모가 행복한 교회를 만들기 위한 교회의 오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 목사는 “교회 안팎에서 상처를 받은 사모에게 어떤 위로를 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심리상담부터 물리치료까지 지난 18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모에게 진정한 재충전을 제공할 방법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최선을 다해 섬겼지만 받는 이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도 있었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온전히 만족시켜주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며 모든 이의 만족보다 한 사람의 진정한 치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 목사는 “한 명의 사모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이 바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역임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한번은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슬픔을 갖고 사모리조이스에 참여한 사모가 있었는데 마지막 날 그가 ‘사모리조이스를 통해 다시 마음을 열게 됐고 새롭게 깨달은 은혜로 치유받았다’고 간증하기도 했다. 주 목사는 “한 분이라도 사모리조이스를 통해 자유함을 누렸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이들을 정서적으로 어르고 달래며 안아줄 공간이 필요함을 새삼 알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목회자리조이스로 사역 확장
사모리조이스에 대한 관심과 호응은 목회자리조이스로 확장됐다. 오륜교회는 지난해부터 목회자리조이스를 시작했다. 사모리조이스와 동일한 구성으로 대상만 목회자로 변경했다. 교회는 상반기에 사모리조이스를, 하반기에는 목회자리조이스를 통해 회복 사역을 하고 있다.
사모·목회자리조이스 사역은 오륜교회의 목회 철학과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 목사는 “두 사역을 끝내고 나면 이들이 교회 안에서 행복하게 사역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 또다시 고민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나 역시 목회자로서 사모인 아내를 깊이 헤아리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두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이들을 치유한 주 목사는 더 많은 회복 사역이 한국교회 안에서 생겨나길 바라고 있다.
“사모와 목회자를 섬기는 일에 정해진 길은 없습니다. 각 교회와 단체가 강점을 살려 다양한 모습과 방법으로 사모와 목회자를 섬긴다면 한 사람을 회복시키는 것을 넘어 한국교회 전체의 건강성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