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은 갈릴리 호숫가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을 부르신 장면입니다. 무리가 말씀을 들으러 몰려왔습니다. 수많은 사람 속에 있던 주님은 놀랍게도 무리 전체가 아닌 한 사람, 바로 시몬 베드로의 배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십니다. 예수님의 시선은 언제나 인격적이고 구체적입니다. 많은 성도가 모인 예배 자리에서도 하나님은 무리 속의 ‘나’를 바라보십니다. 예배란 내가 하나님을 바라보는 시간이기 이전에 하나님이 나를 바라보시는 시선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우리의 예배가 그 주님의 시선에 응답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하며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예수님이 우리를 바라보실 때 찾아오심을 경험합니다.(1~3절) 예수님께서는 무리를 피해 조용히 사역하시기보다 그들 한가운데 계셨습니다. 그리고 두 척의 배를 보셨고 그중 한 척인 시몬의 배에 올라타십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예수님이 성공의 자리가 아니라 실패의 자리에 오셨다는 점입니다. 밤이 새도록 수고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던 베드로는 그물을 씻으며 고단한 노동의 끝자락에서 낙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물도 마음도 텅 비어버린 순간 예수님은 그 자리에 찾아오셨습니다. 이것이 은혜입니다. 주님은 성공한 나를 찾으시는 것이 아니라 공허하고 실패한 나를 먼저 찾아오십니다.
둘째 예수님이 우리를 바라보실 때 일으켜 세우심을 경험합니다.(4~7절) 예수님은 말씀을 전하신 뒤 베드로에게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말씀을 하십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4절) 베드로는 전문 어부였습니다. 그물은 세마포로 만들어져 있어 낮에는 고기를 잡을 수 없고 호수 깊은 곳은 수온이 차가워 물고기가 머물지 않으며 배의 크기도 알맞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은 ‘실패를 반복하라’는 것처럼 들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5절)
베드로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 상황과 조건이 아니라 말씀을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물이 찢어지고 배 두 척이 잠길 정도로 많은 고기가 잡혔습니다. 실패의 자리에서 말씀에 순종할 때 주님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십니다.
셋째 예수님이 우리를 바라보실 때 관계 회복을 경험합니다.(8~11절) 고기를 잡은 베드로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그는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릎을 꿇고 고백합니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8절) 예수님 앞에 설 때 기적보다 더 큰 것이 드러납니다. 나 자신, 죄인의 실존이 드러납니다. 그 순간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무서워하지 말라.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10절)
회복은 죄책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명으로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는 것입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마침내 배를 육지에 대고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더 큰 사명을 따라나선 것입니다.
주님은 베드로의 배에 직접 오르셨듯 오늘도 많은 사람 속에서 여전히 한 사람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그 한 사람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주님의 시선 앞에 서십시오. “그들이 배들을 육지에 대고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르니라”(눅 5:11)는 말씀에 반응해 주님의 시선에 온전히 반응하는 삶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박요한 목사 (송정교회)
◇서울 광진구 송정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으로 상식이 통하는 교회를 지향합니다. 7대 목사로 부임한 박요한 목사는 다음세대와 소통하는 목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