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앞둔 티빙·웨이브, 통합요금제 꺼냈다

입력 2025-06-17 00:15

티빙과 웨이브가 당국의 조건부 결합 승인이 내려진 이후 양사의 콘텐츠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요금제를 출시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각각 구독하는 것보다 최대 39% 할인된 가격을 책정했다. OTT를 여러 개 구독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구독플레이션’이 심화하자 저렴한 요금제로 기존 이용자를 붙잡아두고 시장 확대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티빙과 웨이브는 두 플랫폼의 콘텐츠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요금제’를 출시했다고 16일 밝혔다. 더블 이용권은 가장 낮은 요금제가 월 9500원부터 시작한다. 티빙 광고요금제와 웨이브 베이직 요금제를 더한 구성이다. 현재 티빙 광고요금제는 월 5500원, 웨이브 베이직 요금제는 7900원인데 두 서비스를 각각 결제하는 것(1만3400원)보다 3900원 저렴하다. 오는 9월 30일까지는 ‘얼리버드’ 가격이 적용돼 7900원에 할인 판매한다.

더블 이용권은 요금제 구성에 따라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으로 구성된다. 가장 비싼 프리미엄 요금제 조합은 월 1만9500원이다. 최대 4대 기기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고, 티빙 일부 콘텐츠를 4K로, 웨이브 콘텐츠는 최고화질로 시청할 수 있다. 고가 요금제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넷플릭스 프리미엄(1만7000원), 쿠팡플레이 스포츠패스(1만7790원)보다는 비싼 축에 속한다.

더블 이용권 출시와 별개로 티빙과 웨이브의 현행 요금제는 내년까지 유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일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현행 티빙·웨이브 요금제를 내년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OTT 시장에서 티빙과 웨이브 결합이 경쟁 제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용자 수 기준 OTT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33.9%) 티빙(21.1%) 쿠팡플레이(20.1%) 웨이브(12.4%) 순이었다. 티빙·웨이브의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넷플릭스를 넘어설 수 있다.

다만 이용자들이 OTT를 여러 개 구독하는 추세에서 티빙·웨이브 통합 요금제가 시장 점유율을 뒤흔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유료 OTT 서비스 이용자는 평균 2.8개의 OTT를 복수로 구독했다. 이미 포화 상태인 구독 시장에서 새로운 콘텐츠 등 질적 변화 없이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티빙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를 동시에 구독하는 시청자가 30%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해당 이용자들이 통합 요금제를 선택하면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요금제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