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의 리더들이 미국으로 향한다. 국내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 글로벌 무역 장벽 강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장인화(사진) 포스코그룹 회장은 17일~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글로벌 스틸 다이내믹스 포럼 2025’에 참석한다. 이휘령 세아제강 대표이사 부회장도 현장을 찾아 주요 철강업계 관계자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철강 전문 분석 기관 월드 스틸 다이내믹스(WSD)와 미국철강기술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 포럼은 세계 철강업계의 대표적인 행사다. US스틸, 뉴코어 등 미국 현지 철강사뿐 아니라 세계철강협회(WSA), 일본철강연맹(JISF) 등 철강 관련 기관 관계자 수백여명이 행사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포럼에선 관세 인상과 무역 갈등이 철강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불확실성을 타개할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 3월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 4일에는 철강 제품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최근 유럽연합도 철강 무역 장벽을 높이는 모습이다.
장 회장 등의 행보가 위기 속 국내 철강업계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장 회장은 지난 9일 철의 날 행사에서 “통상 환경 불확실성의 확대와 지속되는 글로벌 공급 과잉, 탄소 중립이라는 시대적인 요구로 생존과 앞으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강관’이 통상 협상의 주요 카드로 쓰여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관은 셰일가스 개발과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저장 등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제품이다. 특히 한국산 강관은 정밀한 가공 기술과 우수한 공급망을 바탕으로 미국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강종별 전체 출하량 대비 대미 수출에서 강관이 23.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LNG 개발을 강조하면서 한국산 강관은 핵심 품목으로 더욱 조명받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미 간 에너지 협력 확대 국면에서 한국산 강관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 시장 수요와 한·미 에너지 협력 확대 흐름이 맞물린다면 ‘강관 세일즈’가 위기 돌파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평가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