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방공망 곳곳 뚫려… 이란 능력 과소평가한 듯

입력 2025-06-16 18:37 수정 2025-06-17 00:32
16일(현지시간) 새벽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 도심 건물이 폭발하며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 나흘째인 16일(현지시간) 이란 미사일이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타격했다. 세계 최강으로 평가되는 이스라엘 방공망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일부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미사일 공방이 격화되면서 사상자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에서는 밤새 미사일 공격을 받은 주요 도시의 주거용 건물 일부가 파손됐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선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0시 이후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11명이 사망하는 등 무력충돌 나흘간 최소 2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나흘간 이스라엘 부상자는 600명에 육박한다. 총리실은 이란이 지난 13일부터 미사일 약 370기와 드론 수백대를 발사했고 약 30곳에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엑스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비난하며 “테헤란 주민들이 곧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텔아비브에선 일부 건물이 미사일을 맞아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 시설도 일부 손상됐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엑스에서 “텔아비브의 대사관 분관이 경미한 피해를 입었다. 미국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쪽 위성사진은 이란 수도 테헤란 서남쪽 비드카네 미사일 시설이 이스라엘의 정밀 타격으로 파괴된 모습. AFP연합뉴스

이스라엘도 이날 전투기를 출격시켜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예 부대인 쿠드스군 지휘소 등 테헤란 군사시설을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50대 이상의 항공기를 동원해 120개 이상의 지대지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했다”며 “이는 이란 정권이 보유한 발사대의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테헤란에선 북부 카스피해 연안 등 교외 지역으로 탈출하는 주민들이 목격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개시하면서 군 수뇌부와 핵 과학자들을 대거 제거했다. 하지만 이란의 군 지휘통제 체계는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CNN에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 조직 재편 능력을 과소평가했다”며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 수뇌부 상당수를 제거해 지휘통제 체계를 무력화했다고 믿었지만 우리는 지금 이란 미사일이 이스라엘 방공망을 성공적으로 뚫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방공망은 영공의 고도를 세 단계로 나눠 대응하는 체계다. 가장 멀게는 2400㎞ 떨어진 지점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도 막아낼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방공망인 ‘아이언돔’은 70㎞ 이내의 저고도에서 드론과 단거리 로켓 공격을 방어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요격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날 새벽 텔아비브와 하이파의 방공망은 극초음속 미사일에 뚫렸다고 이란 타스님통신이 보도했다. 이 매체는 “IRGC가 이날 공격에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사용했다. ‘파타흐’ 계열인 이 미사일은 탄두를 장착하고 마하 13~15(시속 1만6000~1만8500㎞)로 날아간다”며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은 최근 나흘 사이에 최대 규모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