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금지법’ 바꿔 처벌조항 효력 되살린다

입력 2025-06-16 18:59
대북전단 살포 금지 현수막이 16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걸려 있다. 정부는 이날 정부종합청사에서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대북전단 살포 예방 및 처벌 대책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을 광복절 전까지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난 ‘처벌 조항’을 수정해 법의 효력을 되살리겠다는 의미다. 개정안 통과 전까진 현행법을 활용해 처벌하거나, 경찰 기동대·지자체 특별사법경찰 등을 동원해 예방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통일부는 16일 국가안보실, 국방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와 경찰청, 경기도, 인천시 강화군 관계자를 모아 대북전단 살포 중단 종합대책 관련 회의를 개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관계부처 협의로 처벌 등 구체적인 대응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지 엿새 만이다.

통일부는 2023년 9월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난 대북전단금지법의 개정안이 광복절 이전에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문재인정부 당시 추진됐던 대북전단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헌재는 이 같은 벌칙조항 등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했다. 다만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등을 이유로 입법 자체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벌칙조항만 개정하면 위헌 요소가 사라져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계류된 14건의 개정안도 대부분 벌칙조항을 변경하는 내용이다. 김영배·김태년·박지혜·신정훈·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벌칙조항 중 징역과 벌금을 ‘과태료’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용선·위성락 민주당 의원과 조국 전 조국혁신당 의원은 벌칙 수위 조절,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벌칙조항 삭제를 개정안에 담았다. 개정안이 대동소이한 만큼 정부는 따로 입법안을 만들지 않고 기존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집중할 방침이다.

정부는 개정안이 마련될 때까지 기존 법안을 활용해 전단 살포를 막겠다고 밝혔다. 우선 항공안전법·재난안전법·고압가스안전관리법·공유수면법 등을 활용해 전단 살포 자체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유관부처도 대북전단 살포 시 처벌을 위한 세부 적용기준도 마련키로 했다. 국토부 주관으로 항공안전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해 처벌 수위 등을 변경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경찰은 주요 접경지역에 기동대와 지역 경찰 배치, 지자체 특별사법경찰은 살포 예상 지역의 순찰 강화에 나선다.

관련 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최성룡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대표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에 걸리더라도 (전단을) 보내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살포 단체와 수시로 소통해 전단 살포 중지와 현행법 준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