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역전극’… 스펀, US오픈 제패

입력 2025-06-17 01:20
1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 오크몬트CC에서 막을 내린 US오픈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J.J. 스펀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UPI연합뉴스

마지막 18번 홀(파4), 두 번째샷만에 볼을 그린에 올렸으나 홀까지 22m가 남았다. 2퍼트면 우승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 퍼터 페이스를 떠난 볼이 한참을 구르다 홀 주변에서 거의 90도로 꺾이더니 거짓말처럼 홀 속으로 사라졌다.

우승을 확정 지은 기적 같은 챔피언 버디 퍼트였다. 순간 J.J. 스펀(미국)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퍼터를 집어 던지는 ‘퍼터 플립’으로 우승 세리모니를 한 뒤 캐디와 진한 포옹을 했다. 18번 홀 그린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내와 두 딸의 영접을 받았다.

스펀이 1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 오크몬트CC(파70)에서 열린 125번째 US오픈에서 최종합계 1언더파 281타를 기록하며 챔피언에 등극했다. 우승 상금은 430만달러(약 58억8000만원). 통산 236번째 출전 만에 두 번째 우승이자 첫 번째 메이저 타이틀이다.

최종 라운드는 낙뢰를 동반한 갑작스런 폭우로 한 시간 이상 중단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단독 선두 샘 번스(미국)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스펀은 6번홀(3)까지 5타를 잃으며 우승 경쟁에서 밀린 듯했다. 불운까지 겹쳤다. 2번 홀(파4) 약 86m 지점서 친 웨지샷이 깃대를 맞고 그린 밖 45m 지점까지 굴러나가 보기를 범한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뒤 스펀은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후반 들어 12번(파5)에서 12m가량의 먼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데 이어 14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추가했다. 15번 홀에서는 보기를 범했으나 짧은 파4인 17번 홀에서 다시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 18번홀 22m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오크몬트에서 나 홀로 언더파 우승자로 이름을 남겼다.

스펀은 조부모가 필리핀계인 골프 마니아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처음 골프채를 잡고 독학으로 골프를 배웠다. 2017년 PGA투어에 데뷔한 뒤 2022년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우승한 게 유일하다. 지난 3월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통산 2승 기회를 잡았으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연장전에서 패했다.

스펀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도 비 때문에 경기가 중단됐다. 이후 코스가 확 달라졌는데 적응하지 못했다”며 “오늘은 그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더욱 집중해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한계를 생각하며 조금씩 더 발전하는 골퍼가 되도록 노력했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