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공약 ‘고3 국민연금 자동가입’ 매년 500억 드는데… 재원은?

입력 2025-06-16 18:28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국민연금공단 내부 모습.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생애 최초 청년 연금보험료 지원’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초 가입 연령인 18세(고3)가 되면 정부가 첫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주고 국민연금에 자동 가입시킨다는 것이다. 가입기간이 길어지면 노후에 수령액 역시 늘어나므로 연금을 둘러싼 청년층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묘수’가 된다는 구상이다.

16일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청년세대가 연금 가입기간에서 누락되는 기간은 최대 17년이다. 18~34세 청년기에 학업, 출산, 군복무 등 사유로 연금 가입 자체를 못 하거나 보험료 납부가 중단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늘어날수록 연금 수급액이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험료 납부기간이 줄어들수록 받는 금액도 감소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청년 국민연금 생애 첫 보험료를 지원해 연금 가입기간을 확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되면 청년세대는 가입기간을 최대 10년 늘릴 수 있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가입 후 10년은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가입기간으로 인정해준다. 물론 추후 소득이 발생한 뒤 밀린 보험료를 납부한다는 조건이다. 정부가 가입 시 보험료를 내 마땅한 소득원이 없는 청년들을 먼저 가입시키고 여유가 생기면 납부토록 해서 가입기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재원 문제를 짚고 있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정부가 대납하는 보험료를 연금 가입자의 월평균 소득액(올해 기준 308만9000원)과 보험료율 13%로 가정해 산출해보면 청년 1인당 필요 재원은 120만원 수준이다. 고3 학령인구가 40만명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매년 5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재명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재원과 지원 범위를 밝히지 않았지만 국고 투입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이를 빼고도 국민연금 지급액 규모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연금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한 달간 수급자들에게 지급된 연금 총액은 4조238억원으로 최초로 4조원을 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지급액은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저출생·고령화로 국고 투입이 필요한 정책이 늘어나는 만큼 정책 우선순위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생애 최초 지원은 청년층에 연금제도의 신뢰도와 순응도를 높이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재정이 수반되는 사업이 늘어나는 상황인데 정책효과와 우선순위를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