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철옹성 뚫은 LG엔솔… 배터리 조단위 공급계약

입력 2025-06-17 00:15
LG솔루션 배터리 46 시리즈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5대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인 체리자동차에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중국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조(兆) 단위 규모 배터리 납품 계약을 체결한 건 처음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가 사실상 장악해온 중국 시장에도 ‘K배터리’가 진출할 활로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6년간 총 8GWh(기가와트시) 규모의 46시리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8GWh는 약 12만대의 전기차에 장착할 수 있는 규모다. 구체적인 계약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최소 1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며, 공급된 46시리즈 배터리는 체리자동차의 주력 모델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향후 체리자동차 그룹 내 다른 전기차 모델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추가 프로젝트 논의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체리자동차는 1997년 설립된 중국 국영기업으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에 이르는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체리, 엑시드, 오모다 등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 240만대, 수출 물량 110만대를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세을 보여왔다.

중국자동차배터리혁신연맹(CABIA)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 전기차 시장 배터리 점유율은 CATL 45.9%, BYD 22.5%, CALB 7.5% 등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가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철옹성’이라고 불릴 만큼 외국 배터리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완성차 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46시리즈의 기술력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46시리즈 배터리는 기존 원통형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과 출력이 최소 5배 이상 높고, 밀도와 공간 효율성 등이 뛰어난 차세대 배터리다. 또 생산 효율성이 뛰어나 전기차 주행거리와 성능을 대폭 향상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객 가치만이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할 수 있다”며 “이번 공급 계약을 계기로 46시리즈 수주를 전 세계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대규모 46시리즈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