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한 가계와 개인사업자 비율이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평균 0.49%로 집계됐다. 지난 5월의 0.44%보다 0.05% 포인트 오른 수치다. 지난해 연말 대비로는 5개월 만에 0.14% 포인트 올랐다. 대출 주체별로 봐도 가계(0.36%)·대기업(0.18%)·중소기업(0.71%)·개인사업자(0.67%) 모두 연체율이 오름세를 보였다.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 채권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역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지난달 말 원화 대출 대비 NPL 비율은 평균 0.45%로 지난해 연말(0.33%) 이후 0.12% 포인트 치솟았다.
특히 내수 부진에 취약한 가계와 개인사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 지표는 약 1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A은행의 경우 지난달 말 가계(0.33%)와 개인사업자(0.56%)의 연체율이 모두 2014년 6월 말 이후 10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B은행은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이 0.57%로 2014년 9월 말 이후 10년9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은행권도 대출 건전성 관리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연체관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가계·기업 신용대출을 최장 10년 만기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등 적극적인 채무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차주·업종별 위험도를 분석해 신규 대출 취급 기준을 조정 중이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