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외국인 300만 시대를 맞아 한국교회가 이주민 선교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의 일방적 섬김에서 벗어나 이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교회, 전통교회와 이주민교회의 통합 모델 등 혁신적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 화성 매향교회(정진학 목사)는 기존 농촌 전통교회와 이주민 중심 교회가 합병한 뒤 새로운 통합 공동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1652.8㎡(500평)의 넓은 예배당을 가졌지만 80대 이상 어르신들만 남아 유지가 어려웠던 매향교회와 공간이 필요했던 젊은 태국인 중심의 열린열방선교교회가 만나 상호 보완적 결합을 이뤘다.
정진학 담임목사는 2003년 태국 선교사로 파송된 후 2009년부터 국내에서 이주민 사역을 시작했다. 8년간 열린교회에서 외국인팀을 담당하다 2016년 다민족교회인 열린열방선교교회를 개척했다. 교회 초창기엔 한국인과 태국인, 스리랑카인 성도들의 필요와 믿음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노회의 제안으로 매향교회와 합병한 후 이주민 센터를 건립해 외국인 쉼터와 토요일 말씀 나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매향교회는 평소 언어별로 예배를 따로 드리지만, 월 1회 연합예배를 통해 한국인 어르신들과 태국인 청년들이 만나는 접점을 마련한다. 태국인 성도들이 태국·한국 문화 축제인 ‘매향 다누리 한마당’을 여는 등 언어와 문화 차이를 넘어선 교제도 이뤄지고 있다.
정 목사는 “이주민을 단순한 섬김의 대상이 아닌 지역사회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며 “외국인과 이들의 2세대 증가 등에 맞는 목회와 선교의 통합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북 포항충진교회(오재경 목사)는 13년간 이주민 사역을 해왔다. 지역교회 중심의 지속할 수 있는 선교 모델을 보여준다. 포항충진교회는 2005년부터 캄보디아 선교사를 파송했는데 파송 선교사의 안식년을 계기로 교회에서 25분 거리인 포항철강산업단지의 캄보디아 근로자 120여명과 만나게 됐다. 1년간 선교사와 함께 교회 차량으로 근로자들을 실어 나르며 동시통역 예배를 드렸으나 선교사가 선교지로 돌아가면서 사역 중단 위기에 놓였다.
이때 교회 성도들이 이주민센터 개소를 결정했다. 동시통역이 불가능해지자 근로자들 주거지 근처에 ‘캄보디아 사랑의문화원’을 열어 캄보디아어를 직접 배우기 시작했다. 문화원은 충진M센터로 이름을 바꿨다. 센터 위원장인 신재천 장로는 “매 주일 네팔 예배, 한국어교실, 식사 교제, 캄보디아 예배 등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16일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에서 ‘제2차 이주민 선교 컨설테이션’을 개최하고 이주민 선교의 주체로 세워진 지역교회 사례들을 공유했다.
김찬곤 안양석수교회 목사는 기조 발제에서 “6만개 이상 되는 한국교회 가운데 실제로 이주민 선교에 관심을 두는 비율은 높지 않다”며 “무엇보다 우리 옆에 있는 이주민들과 동반 관계부터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