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결혼식 덕담

입력 2025-06-17 00:40

결혼식 덕담도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결혼이 인생의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던 30여년 전에는 “부부는 일심동체다” “아들딸 많이 낳아라” 같은 말이 흔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게 이런 덕담은 와닿지 않는다. 맞벌이, 가사와 육아의 책임, 치솟는 집값,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다 보니 결혼 결심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실용적인 조언이 많아졌다. “싸움은 짧게, 화해는 길게 하라” “결혼은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는 훈련이다” 같은 말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라”는 조언도 빠지지 않는다. 자라온 환경과 성격 가치관 등이 다른 두 사람이 한 지붕 아래 살아가려면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지혜가 필요하다. 유머 섞인 덕담도 있다. 미국의 전설적 코미디언 조지 번스는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결? 두 사람이 각자 다른 방에서 TV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때로는 적당한 거리가 부부 갈등을 줄이는 묘약이다.

지난 주말 이재명 대통령이 아들 결혼식에서 건넨 덕담도 현실적이었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적응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함께 살기로 한 만큼 서로 의지하면서 잘 살아가라”고 했다. 이어 “부부 싸움을 하면 내가 기억하는 것과 상대방이 기억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싸움이 확대되는 걸 막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통령도 이 순간만큼은 평범한 아버지였다.

맞는 말이다. 인간의 기억은 객관적 기록이 아니라 감정과 해석이 덧붙은 주관적 경험에 가깝다. 같은 사건을 겪어도 서로 다르게 기억하기 마련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싸움은 ‘사건 자체’에서 ‘네가 거짓말을 한다’→‘네 기억은 틀렸다’→‘넌 날 이해 못 한다’로 확대돼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서로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게 부부 갈등을 줄이는 핵심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서로의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평생의 동반자가 되기로, 어려운 결심을 한 많은 신혼부부들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