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교민들은 몇 차례에 걸쳐 요르단 암만으로 피란하고 있다. 이미 15일 낮(현지시간) 6명이 국경을 통과해 무사히 암만에 도착했다. 16일에는 23명이 이스라엘 국경을 통과한다. 최근 들어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이스라엘 방공망이 뚫렸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최소 보름은 요르단으로 피신해야 하는데 준비가 부족해 걱정이다.”
15일 오후 교민을 인솔해 암만에 도착한 이강근 이스라엘한인회 회장이 16일 국민일보에 현지 상황을 알렸다. 교민들은 35도 넘는 폭염 속에서 벧산 국경을 넘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타기를 반복했다. 현재 국경에는 이란의 보복 공격을 피해 요르단으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피란민들은 예루살렘에서 차량으로 국경까지 이동한 뒤, 이곳에서 잠시 도보로 국경을 넘어 요르단한인회가 준비한 차량으로 갈아타 암만으로 향하고 있다. 예루살렘에서 암만까지 거리는 70㎞ 정도다.
이 회장은 “이스라엘과 요르단한인회가 긴밀히 협조하는 탈출 미션으로 피란민의 요르단 홈스테이를 연결하는 등 발 빠르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어제보다 오늘이 더 위험한 이스라엘에서 떠나 요르단으로 피신하고 있는데 오가는 여정이며 일정, 숙소 마련 등이 모두 힘겹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피란에 필요한 긴급 자금은 서울 명성교회가 지원했다”면서 “전쟁은 이번 주가 가장 치열할 거로 전망하지만 양측 모두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이는 벼랑 끝 충돌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 갈릴리 지역 나사렛에 보름 가까이 머물고 있는 홍순화 한국성서지리연구원장도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 안에 더는 안전지대가 없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아랍인 거주 지역인 나사렛에도 지난밤 수차례 사이렌이 울렸는데 주민들 말을 들어보니 자폭용 드론이 떨어졌다고 했다”면서 “안전을 위해 날이 밝는 대로 타바 국경을 통해 이집트로 피신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란과의 무력 충돌 이후 이스라엘은 대중교통이 일부 중단됐고 거리에 인적도 끊겼다. 평소 같으면 순례객으로 붐볐을 예루살렘성을 비롯한 성지에도 발길이 끊겼다.
외교부는 14일부터 이스라엘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이스라엘과 이란 여행 취소와 연기를 권고하고 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준비하던 교회들도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에 들어갔다.
서울 서초구 일신교회(박강민 목사)는 2023년 꾸린 이스라엘 성지순례팀에 재차 연기를 통보했다. 이 교회는 2023년 12월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떠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그해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 이후 모든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박강민 목사는 “그동안 이스라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성지순례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는데 이번 이란과의 전면전으로 당분간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성지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