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부르심의 의미

입력 2025-06-17 03:05

최근 회사를 옮긴 K집사의 얼굴이 밝아 보였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현지 기업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두 해 전 국내 대기업 임원으로 스카우트되어 돌아왔다. ‘하나님이 나를 이곳으로 부르셨다’고 믿었다. 입사 첫해 그는 자신을 불러준 상사의 전폭적 지원으로 탁월한 업적을 세우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그를 도와주던 분 자리로 새로 온 상사는 그를 노골적으로 견제했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을 자기 업적으로 가로채는가 하면 잘 진행되던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감정 섞인 거친 말을 견디기 힘들었다. 경영진에 호소하기도 했지만 외면당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그가 하나님의 뜻이라 믿었던 회사를 떠나는 날, 함께 일했던 직원 몇이 집으로 찾아와 감사 인사말을 전했다. “상무님에게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그는 이 말에 부르심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했다. “경쟁과 각자도생만 알던 제가 서로 돕고 자라게 하는 섬김의 리더십을 여기에서 배웠어요. 그것을 가르치려고 하나님이 부르셨나 봐요.” 그렇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특별한 자리가 아니라 성장에 있다.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