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26년 최저임금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입력 2025-06-17 00:32

장마의 시작과 함께 최저임금을 논의할 시간이 돌아왔다. 2025년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는 301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13.7%에 해당한다. 그런데 사회적 파급은 이보다 크다. 최저임금은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며, 이를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결정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최저임금은 2002~2019년 꾸준히 올랐으나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상률이 낮아지고, 적용대상도 줄었다. 최저임금이 도입된 1989년부터 2025년까지 평균 인상률은 8.7%였으나 최근 5년 평균 인상률은 3.1%로 낮아졌다. 이유는 저성장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한계가 다다른 데다 자영업자의 부담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노사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매년 노조는 높은 인상률을 주장하고, 반대로 사용자는 동결을 주장하는 등 간극이 너무 크다. 공익위원이 어느 정도 범위를 주면 다시 논의를 이어가다 어느 한쪽이 퇴장한 후 공익위원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노사가 대표성을 가지고 참여하지만 결국 공익위원이 결정하니 그들의 성향과 최저임금 결정 당시 정부 태도가 중요한 기준이 됐다. 급기야 최근에는 노사위원을 줄이고 공익위원을 늘리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최저임금은 인상률뿐 아니라 누구에게 적용할지, 어떻게 지급할지도 쟁점이다. 노조는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용자는 업종·지역별 차등을 두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피로감을 낮추고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재와 다른 대안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최저임금에 대한 과도한 정치화를 낮춰야 한다. 지금은 노사가 명분을 앞세워 원칙적 주장을 하고, 공익위원이 정부의 심중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노사의 책임은 적고 정부가 결정하는 이러한 구도를 바꾸지 않으면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대립은 줄지 않을 것이며 객관성도 떨어져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량적으로 계산할 필요가 있다. 노사 모두 인정하듯 최저임금 결정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물가인상률이다. 최저 생계를 위해 물가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기 때문이다. 기업임금이 이윤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경제성장률도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즉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인상률과 경제성장률을 토대로 결정하되, 코로나19 팬데믹이나 경제위기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조정하는 방식이다.

사용자가 주장하는 차등 지급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정 업종·지역의 최저임금이 낮아지는 방식이므로 해당 업종·지역 내 사용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취지보다 차별적 최저임금으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특정 직업과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커져 득보다 실이 많은 정책이 될 수 있다. 국민통합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노조가 주장하는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 적용은 이들이 늘어나는 노동 현실과 보호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검토할 만하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하기엔 사안이 중대하므로 추가적인 연구와 실태조사를 거쳐 최소보수제 같은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은 노동시장 양극화를 완화하는 유효한 정책임에 틀림없다. 저소득층의 삶의 질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적정수준의 인상은 필요하다. 다만 2024년 소상공인의 폐업률이 14.5%에 이르고, 고용불안이 커진 현실도 외면하기 어렵다. 마침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노사와 공익위원 모두 명분은 조금 내려놓고, 객관적인 근거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길 바란다. 정부도 노동시장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대안적 정책 수단을 추가 개발해 최저임금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