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넓다한들 하나님 아래 유한한 피조물이죠

입력 2025-06-17 03:07
검은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푸른 행성, 지구와 달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성탄절, 인류의 최첨단 과학기술이 총결집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우주로 발사됐고 이듬해인 2022년 여름부터 본격적 관측을 시작했습니다. 이 망원경이 관측한 우주의 모습은 이제까지 우주에 대해 가졌던 우리의 생각과 상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최근 이 망원경은 지구로부터 가장 먼 134억 광년 거리의 은하를 발견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빛이 134억년을 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멀고 먼 곳에도 천체가 있다는 걸 발견한 거지요. 측정법에 오차가 있다고 의문을 제기한다 해도 이 은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먼 거리에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종교개혁이 진행되던 16세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태양중심설)로 인해 사람들은 우주를 새롭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우주는 태양계의 토성을 조금 넘은 크기로 인식되었습니다. 아직 토성 바깥에 있는 천왕성, 해왕성도 몰랐던 때였죠. 당시 사람들은 빛의 속도로 가면 1시간 정도 거리쯤 되는 토성 바깥에 하나님이 거하시는 하늘(천구)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주를 이런 정도로 생각하면 성경의 여러 본문을 이해하기가 비교적 쉬워요. 천사들도 하늘에서 금방 올 것 같고, 야곱의 사닥다리나 예수님이 승천하여 가셔서 거하시기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이죠. 하나님이 우리 가까이에서 예배를 받고 기도를 들으시기에도 쉬워 보이고요. 그런데 현대과학은 이 우주가 빛이 10년, 100년, 1000년도 아닌 100억년 이상 달려야 갈 수 있는 엄청난 크기라고 합니다.

붉은 빛부터 푸른 빛까지 우주의 광활한 어둠을 화려하게 수놓은 은하와 수많은 별. 게티이미지뱅크

하나님은 왜 이렇게 큰 우주를 만드셨을까요. 도킨스 등 일부 무신론 과학자들은 이 큰 우주를 이유로 기독교를 조롱합니다. 기독교는 고대나 중세의 세계관에 갇혀 있고 하나님은 인간이 만든 유한한 신이기 때문에 이 큰 우주와 맞지 않는다는 식으로요. 그러면서 유한한 하나님보다 무한한 우주가 더 크고 위대하니 하나님 대신 과학을 믿으라 합니다.

또 하나님이 창조했다면 이렇게 쓸모없는 큰 우주를 만들었을 리가 없다고 주장하며 하나님은 없다고 합니다. 지구라는 우주의 한 귀퉁이에 그것도 작고 작은 행성 하나에만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나머지 온 우주를 쓸모없게 만든 하나님이 어떻게 정상적인 신이냐는 것이지요. 진짜 신이 이 우주를 만들었다면 결코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쓸모없는 우주를 만들리는 없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우주가 정말 쓸모없고 비효율적으로 만들어졌을까요. 얼핏 그렇게 보입니다. 우주선이 확인한 달이나 화성을 보면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지구를 벗어난 우주는 공기와 물이 없어 아직은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천체들 사이의 거리도 너무 멉니다. 가까운 화성을 가려고 해도 우주선으로 1년은 달려가야 합니다. 목성 토성 천왕성 등 태양계 내의 다른 행성들에 가려면 수십 년이 걸립니다. 1974년 발사된 보이저호가 50년을 달려 막 태양계를 벗어났습니다. 태양계 끝에만 갔다 오려 해도 100년이 걸리는 셈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사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프록시마 별자리의 알파 센타우리 별입니다. 3.5광년 거리입니다. 우주선으로는 400만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거리죠. 그다음 가까운 별은 6광년입니다. 이런 간격으로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에만 해도 1000만~2000만개의 별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망원경의 관측에 따르면 우주에는 우리 은하와 같이 별들이 가득 들어있는 은하들이 최소 1000억개, 거리로는 최대 134억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까지 있다고 합니다. 과학기술이 더 발달하면 이런 별이나 천체에 갈 수 있을까요. 아마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면 별 쓸모도 없어 보이는 이렇게 큰 우주를 만드신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요. 하나님이 능력이 많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단순한 전시품일까요. 아니면 우리로 크신 하나님을 찬양케 하기 위한 장식품일까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이유는 없을까요.

인간이 우주로 내 보낸 인공위성과 위성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당장 유한한 수명을 가지고 지구를 벗어날 수 없는 약한 육체를 가진 지금의 우리에게는 이렇게 큰 우주의 실용적인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완성된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어떨까요. 물론 상상과 추론이지만 부활하신 예수님과 같은 몸을 입을 그 날부터 이 우주는 우리에게 전혀 다른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때 이 우주는 더는 쓸모없는 황무지가 아닐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위해 창조되었고 그분께서 통치하는 우주의 창조 목적을 완전히 드러낼 것입니다.(골 1:16) 우리의 일터가 되리라는 것이지요. 우주의 환경이 우리의 부활의 몸을 해칠 수 없을 것입니다. 영원을 살아갈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은 더 우리를 제약할 수 없고요. 134억 광년이나 떨어진 천체도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면 완성된 하나님 나라는 결코 지루한 시간을 보내며 빈둥거리는 곳이 아니겠지요. 목성이나 토성, 태양계를 넘어 멀고 먼 은하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릴지 모릅니다. 이 우주 구석구석 우리의 할 일이 무척 많을 것입니다. 그 나라가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이 크고 큰 우주는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기대로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그러니 이 큰 우주를 밝힌 과학 앞에서 우리 신자들은 놀라거나 당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주가 제아무리 크다 한들 무한하신 하나님이 만든 유한한 피조물이라는 사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영은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