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제학이 그렇지만 거시경제학에서도 항상 2개의 축을 쓴다. 가로축엔 국내총생산을 나타내고 세로축엔 물가를 사용한다. 미시경제학에서도 상품시장의 경우 가로축엔 상품의 양을 나타내고 세로축엔 상품의 가격을 표시한다. 거시경제학에서 가로축의 국내총생산 변화를 경제성장률이라고 하고, 세로축은 물가의 변화를 보게 된다. 여기에 시간을 추가하면 시간에 따른 흐름을 보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라면 하나에 2000원이라고 물가안정 지시를 했다. 실제로 일반 라면은 개당 1000원 미만이지만, 프리미엄 라면은 2000원 정도다. 서민 음식인 김밥은 코로나19 이전 한 줄에 1500원 내외였다가 요즘 5000원 내외다. 물가안정이 한 번이 아니라 중기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기업이나 생산업자의 생산가격을 억눌러 가격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체감물가와의 차이와 통계의 문제가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나 생산자물가지수 등을 봐도 최근에 2% 내외로 안정적이다. 코로나19 당시인 2021년 2.5%였으며, 전년 동월 대비 6%를 넘었던 달이 있었다. 2022년은 5.1%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체감물가는 훨씬 높았다. 이유는 우리나라 통계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하지 않아서다. 코로나19 기간 전후부터 5년간 서울 등 주요 집값 상승률을 보면 원래 물가상승률에 2%를 더해야 했다. 예를 들어 어떤 달의 물가상승률이 6%라면 실제로는 8%에 가까웠다는 의미다. 이는 물가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월세나 전세인 자영업자 등 생산자의 임대료에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생산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업종이나 품목별로 시장의 구조적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2018년 또는 2019년 기준으로 2024년까지 전기·가스·기타 연료의 물가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개인서비스·금융서비스·부동산서비스 등의 기타서비스, 식료품, 일상 생활용품·가사서비스, 가구·가사비품·카펫, 음식서비스, 수도·주거 관련 서비스, 주거시설 유지·보수, 비주류음료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앞에서 나온 전기·가스·기타 연료는 공공부문이 관리하며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공급망 교란 등에 의해 가격 인상 요인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타서비스의 경우 인건비가 높아지고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요인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식료품은 코로나19 당시 기후 변화, 생산자 부족으로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유통과정이 복잡해 비용이 올라 물가가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상 생활용품·가사서비스는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상승이 요인이다. 요즘 가격이 워낙 높아져 5000원 이내의 물건만 판매하는 곳이 인기 있을 정도다.
음식서비스는 원재료 가격, 임대료, 인건비 상승 등 구조적인 이유로 가격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수도·주거 관련 서비스는 수도·하수도 요금, 쓰레기 수수료 등의 주거와 관련된 공공 서비스 요금을 말하는데 수도 요금이 오르면 하수도 요금은 비례해서 올라가고 쓰레기 수수료도 높아졌다. 주거시설 유지·보수는 아파트관리비나 수리 등을 말하는데 최근까지도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누적된 물가 상승은 상품마다 다르지만 수십% 증가한 품목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돈을 풀어도, 필요한 곳에만 쓰고 나머지는 해외 온·오프라인으로 이동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코로나19 때부터 상승한 물가를 하루에 잡기는 어렵다. 생산을 하는 자영업자나 기업에 가격 하락을 종용하기 전에 업종·품목별로 생산 부족, 글로벌 공급망, 환율, 유통구조, 인건비, 임대료 문제 등 복합적인 물가 상승 요인을 찾고 안정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