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이란 공습을 단행하면서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궁극적으로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 핵시설 파괴라는 오랜 숙원을 달성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할 목적으로 초강수를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연설에서 “테헤란(이란 수도)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며 “이번 공습의 목표는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이란의 ‘이중 위협’(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메네이 체제에 소속된 모든 시설과 목표물을 타격하겠다”며 “그들이 앞으로 수일간 겪을 일들은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네타냐후는 전날 공습 개시 직후에도 이란의 국민적 봉기를 통해 체제 전복을 유도하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이란 국민과 싸우려는 게 아니라 독재정권과 싸우려는 것”이라며 이란 국민을 향해 “사악한 정권의 탄압에 맞서야 한다. 자유를 위해 일어설 때가 됐다”고 말했다. BBC는 “네타냐후가 공습으로 이란의 내부 혼란을 키워 정권 붕괴가 일어나는 연쇄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을 포함한 군 수뇌부와 핵 과학자들을 대거 사살한 배경에도 하메네이 체제 전복의 의도가 엿보인다.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 등 친이란 ‘저항의 축’도 이스라엘 군·정보 당국에 의해 수뇌부가 제거된 뒤부터 급격히 의사결정 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의 대니 시트리노비치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지금 우리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과거 충돌과는 매우 다른 국면의 시작점에 있다”며 “이스라엘은 모든 것을 쏟아붓는 ‘올인 작전’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향후 2주간 추가 공습을 계획한 상태”라며 “이란에서 피해 누적에 따라 정권 기능이 마비될 때까지 공습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묵인 속에서 이란 핵시설을 타격할 호기를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5차례 진행된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을 말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로 이란을 압박했다. 이란이 트럼프의 뜻을 거스르고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기하지 않자 네타냐후가 공습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초강경파 유대교도 징병 법안에 대한 저항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가 내부 결속 목적으로 이란을 공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메네이는 ‘가혹한 응징’을 공언했지만 하마스·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이 무력화된 데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방공망까지 약화된 상태여서 보복에 나설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