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골프 유전자를 물려 받은 투어 2년차 이동은(20·SBI저축은행)이 42개 대회 출전만에 KLPGA투어 첫 승을 거뒀다.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내셔널 타이틀 DB그룹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원)에서 거둔 것이어서 기쁨은 배가 됐다.
이동은은 15일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CC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기록,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김시현(18·NH투자증권)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 3억원을 보탠 이동은은 상금랭킹 19위에서 3위로, 대상 포인트도 13위에서 4위로 도약했다.
4라운드에서 김시현과 공동 선두로 출발한 이동은은 12번 홀(파4)까지 버디 2개를 잡아 1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13번 홀(파4)에서 1m 남짓 파퍼트를 놓쳐 노승희, 김시현에게 공동 선두자리를 내주며 쫓기는 신세가 됐다.
이동은은 14번 홀 13m 버디 퍼트로 다시 앞서 나갔고 16번 홀 버디로 쐐기를 박았다. 주특기인 장타를 앞세운 투온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 게 주효했다. 18번 홀까지 치열한 접전 끝에 침착한 마무리로 1타 차 승리를 지켰다.
지난해 드림투어 상금 순위 11위로 KLPGA투어에 데뷔한 이동은은 30개 대회에 출전해 ‘톱10’만 8차례 기록했지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동은은 이날 우승 후 인터뷰에서 “지난해 몇 차례 우승경쟁을 놓쳐서 아쉬움이 컸다.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하고, 참고 인내하면서 내가 할 것만 확실히 하자고 생각했는데, 너무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어 “뒷바라지해준 부모님과 응원해준 팬들 덕분에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게 됐다”며 “올 시즌 목표가 1승이었는데 빨리했으니까 다승을 목표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동은은 아버지 이건희씨가 KPGA 정회원, 어머니 이선주씨는 KLPGA투어 준회원인 골프 가족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에 입문한 이동은은 아이러니하게도 딸의 고생을 염려해 극구 반대했던 아버지로부터 처음 골프를 배웠다. 가공할만한 장타가 트레이드 마크다. 지난해 방신실(20·KB금융그룹), 윤이나(22·솔레어)에 이어 장타 3위를 기록했고, 올해는 1위(260.1야드)를 달리고 있다.
루키 김시현은 지난 8일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연장전 끝 준우승에 이어 2주 연속 2위에 머물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2타를 줄인 황유민(22·롯데)이 3위(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에 입상했다. 디펜딩 챔피언 노승희는 14번 홀부터 흔들리며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음성=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