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장사하느라 목소리가 다 나갔지만 축하하고 싶어서 올라왔주게요.”
자욱한 안개에 장맛비까지 뿌린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안쪽 한 교회 부지 공원에서 왁자지껄한 사람들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형형색색의 비옷을 입은 관객들이 둘러선 무대 위에 마이크를 들고 올라선 엄복녀(77) 권사는 단연 스타였다. 먹거리 부스에서 떡볶이와 옥수수를 팔던 엄 권사가 ‘사랑의 송가’를 열창하자 빗속에서도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제주판 전국노래자랑 아니냐”는 누군가의 말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1500여명이 참여한 복음전도축제 ‘꿈씨페스티벌’ 현장의 한 장면이다. 지역교회와 한국교회 사역팀, 자원봉사자들이 한마음으로 손잡아 이뤄낸 이번 축제는 제주 안에서도 특히 토속적 문화가 강한 시골 지역인 서귀포시에선 처음 시도된 연합의 장이었다. 어린이부터 노인, 교회 안과 밖이 한자리에서 어우러졌다.
약 1만3223㎡(4000평) 규모의 교회 부지에선 도내 곳곳 지역 성도들과 도민 자원봉사자가 자발적으로 부스를 열어 운영했다. 키즈존, 에어바운스, 먹거리·바자회·미용·마사지 부스 등 온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마을 장터엔 크고 작은 기업의 후원이 있었다. 축제 마지막 날 오후 마술 공연, 청소년 가요제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무대 주인공이 되자 관객석 어른들의 표정도 환하게 풀리며 자연스레 마지막 찬양제가 뜨겁게 이어졌다. 축제 참여를 위해 제주시에서 온 김나은(11)양은 “제주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이렇게 큰 교회 행사는 처음”이라며 “국수도 맛있고 게임도 재밌고 노래하는 것도 좋았다”며 웃었다.
육지에서 온 사랑의 발걸음도 가득했다. 한성교회와 용인비전교회 청년들이 제주까지 내려와 트위스터 게임과 네일아트 부스를 운영했다.
연예인 자선봉사단 더브릿지(단장 김예분)와 다음세대 사역팀 채널세븐연합(이사장 리노 선교사)은 연예인과 셀럽 22명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부담하며 바자회 사역에 참여했다. 남은 물품과 수익 일부는 지역 취약계층에 기부됐다.
이번 축제는 특히 서귀포와 제주시 교회 20여곳이 참여해 연대의 힘을 확인했다는 의미도 크다. 김녕교회는 붕어빵, 보목교회와 남원교회는 생과일주스, 예수소망교회는 슬러시 부스를 운영하며 ‘우리의 축제’를 경험했다. 서귀포 호근동에서 25년째 사역 중인 허경호 예수소망교회 목사는 “이런 연합 사역을 통해 복음이 지역 안에 뿌리내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는 교회 밖을 안으로 연결하는 시도이기도 했다. 제주 토박이로 서귀포시장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서미옥(54)씨도 이번 행사에서 제주 전통 시래깃국을 팔았다. 서씨는 “교회 사람들이 시장에 와서 설명하길래 나와 봤는데 참 정겹고 좋다”며 “이런 자리가 자주 있으면 교회에 대한 마음도 열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드러머 리노 선교사는 “서귀포는 제주시보다 인구가 적고 샤머니즘과 전통 신앙의 영향력도 여전히 강해 복음이 들어가기 쉽지 않은 지역이고, 다음세대는 특히 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서귀포 축제를 기획한 이유를 설명했다. 17년 전 공황장애 요양차 제주에 내려와 살았던 개인적 인연도 있다. 특히 2년 전 사산한 아이의 장례를 제주에서 치르며 이 지역 목회자들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됐고, 이것이 다음세대 선교를 위한 연합으로 이어졌다. 그는 “이제는 관계 중심 전도의 시대다. 복음이 교회 담장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제의 터를 내어준 제주국제순복음교회 박명일 목사는 “35년 전 ‘아름다운 교회를 세울 아름다운 땅’을 놓고 기도했고 13년 만에 지금 교회를 응답받아 사역해 왔는데, 이곳이 쓰일 수 있어 기뻤다”면서 “이번 축제를 계기로 세상과 소통하고 다음세대를 품는 열린 교회들이 세워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