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잡을 방법은… “맞춤형 공급·수요 관리 대책”

입력 2025-06-16 02:05
연합뉴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이달 둘째주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서 불붙은 상승세는 최근 마포·성동·영등포구 등 ‘한강벨트’로 확산하며 2020~2021년 급등기 당시의 전고점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관계부처가 공급과 금융 등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점검에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대응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국민일보는 부동산 전문가 4명에게 현 시장 상황과 정부 대응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지난달 말부터 조짐을 보이던 상승장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졌다”며 “이제는 수요 관리를 병행한 맞춤형 공급대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라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은 최근 집값 상승세에 대해 15일 “강남3구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선별적 상승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재지정 및 확대 조치에 따른 ‘풍선효과’로 볼 수 있다”며 “수요가 인접지역으로 번지며 서울 주요 지역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대내외 경기가 불안한 여파로 주식보다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연말부터 이어진 정치적 불확실성이 대선 정국을 지나며 해소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관망 기조가 시장 불안을 키웠다고 봤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상승은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촉발된 ‘안도 랠리(급등세)’”라며 “정부가 집값 억제에 소극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움츠렸던 수요가 다시 분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 대표는 “정부가 미온적 대응을 이어갈 경우 한두 달 내 시장은 급등세에 진입해 ‘게임’이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내놓기까지 시차가 걸리는 만큼 조속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소장은 “서울 집값은 양극화를 보이며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상황을 지켜보는 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별 자산 격차 확대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으로, 정부가 서울 주요 지역에 집을 얼마나 어떻게 공급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일부 부동산 공약이 시장에 ‘가격 상승’ 신호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과 정비사업 추진, 서울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공급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 같은 방침은 시장에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에 공감하면서 1·2인 가구 등 수요자의 주거 선호를 반영한 맞춤형 공급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송 소장은 “전국적인 공급 부족이 아니라 1·2인 가구 수요가 집중된 서울 등 특정 지역의 주택 공급이 부족한 것”이라며 “총량보다 선호도를 고려한 맞춤형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과거 소형 평형의 경우 빌라가 그 수요를 대체했으나 전세사기 여파로 오피스텔 수요가 급감해 아파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 대표는 “전세사기 피해가 다가구주택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공급 부족을 심화시켰다. 비(非)아파트 주요 실수요자인 30대, 1·2인 가구를 겨냥한 도심 내 신축 주택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장 유동성을 제어할 적절한 수요관리 대책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임 교수는 “문제는 한국의 전세 제도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 방식이 가능해 금융 규제만으로는 투기 수요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며 “실수요자가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공급은 시차가 걸리는 문제이므로 수요관리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