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은 아이들이 단순히 감기나 열이 날 때 찾는 소아청소년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아픔을 돌보는 소아정신과, 기기를 통해 몸속을 살펴보는 영상의학과, 그리고 아이들의 치아를 책임지는 소아치과도 함께 운영한다.
치과는 어른들에게도 편안한 곳이 아니지만 두려움을 본능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공간일 수 있다. 낯선 기구가 작은 입 안으로 들어오고 평소 쓰는 전동칫솔보다 큰 소리를 내는 장비들이 작동하면 아이들은 긴장과 불안을 숨기지 못한다. 그래서 진료실 밖까지 울음소리가 들리고 아이를 달래는 보호자와 의료진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장면은 흔한 풍경이다.
소아치과 의료진은 그런 상황에서도 늘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진료를 시작한다. 억지로 입을 열게 하거나 서둘러 치료를 진행하기보다는, 아이가 충분히 진료 환경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설득하며 신뢰를 쌓아간다. 때로는 짧은 치료를 위해 긴 기다림과 무한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얼마 전 치과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들은 자폐 스펙트럼 아이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병원에 들어서는 것조차 어려워 했던 여섯 살 남자 아이의 보호자는 지난 수개월간 자녀의 치아 상태가 나빠져 걱정이 컸지만 수면 마취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첫날에는 입안을 잠깐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치료를 끝냈다. 그렇게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진료 기구를 놀이처럼 받아들이고 만화를 보며 병원과 친숙해지자 비로소 아이는 마음을 열었고 마침내 충치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소아치과 진료는 단순히 치아를 치료하는 일이 아니다. 아이의 마음을 열고 신뢰를 얻는 과정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더욱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기에 의료진의 노고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숭고하다.
아이들의 치아는 단순히 씹는 기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건강한 치아는 영양 섭취와 성장의 기본이다. 고른 치열은 표정과 발음을 결정짓고 자존감과 사회성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소아치과 진료는 결국 한 아이의 건강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자존감을 키우는 소중한 밑거름이다. 오늘도 따뜻한 진심과 사명감으로 아이들의 미소를 지켜주는 소아치과 의료진이야말로 진정한 ‘이빨 요정’이 아닐까.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전문병원협회 총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