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이 발발한 상황에서 한인 선교사들은 복음을 붙들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증오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도록, 평화를 뜻하는 샬롬의 복음으로 이 땅을 위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격화된 14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선 미사일 공습의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서도 평화를 위한 찬양이 멈추지 않았다. 방공호와 각자의 집이 곧 이들의 예배당이 됐다.
서영주 예루살렘중앙교회 목사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와 전쟁을 겪으며 배운 것은 ‘예배는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이라며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은혜와 선한 일이 더 크게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이란은 그동안 하마스와 헤즈볼라 같은 대리 조직을 통해 간접적으로 공격해 왔지만 이번에는 직접 맞서고 있다”며 “휴대전화로 ‘30분 후 미사일 도착’ 같은 이스라엘 정부의 알람이 오는데, 어제만 해도 세 차례 방공호에 들어갔다. 하루에도 수십 번 경보가 울린다”고 전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회는 인질석방운동, 푸드박스 지원, 방공호 정비 등 실질적인 구호 사역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샬롬의 평화가 임하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베들레헴에서 아랍 기독교인을 섬기는 정규채 모퉁이돌선교회 선교사는 2013년부터 현지에 정착해 사역 중이다. 정 선교사에 따르면 동예루살렘과 베들레헴 등 거주 지역은 이번 무력 충돌에서 직접적인 폭격은 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무력 충돌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내부의 경제적 타격이 계속되고 있다.
정 선교사는 “가자지구 주민들보다 서안지구 주민들은 비교적 상황이 낫다며 서로 위로한다. 믿음 생활도 지키고 있다”며 “현지교회와 선교사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만이 평화의 해답임을 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아랍 기독교인들에게 영적 경제적 감정적 의료적 도움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한인회(회장 이강근 목사)도 긴급 피난 지원에 나섰다. 한인회는 요르단으로 이동하는 한인들을 위해 교통편과 암만 체류를 돕고 필요 물자와 정보 제공에 힘쓰고 있다.
조이스 정 러브153선교회 대표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지만 전쟁 발발 직후 즉시 귀국 준비에 들어갔다. 조이스 선교사는 “콘퍼런스 참석차 미국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이스라엘 공항이 폐쇄됐다”며 “상황이 열리는 대로 그리스 아테네에서 대기하다 곧바로 현지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텔아비브 주거지에 미사일이 떨어져 사상자가 발생했고, 연락이 닿지 않는 랍비도 있어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조이스 선교사는 “이번 전쟁으로 주민들의 트라우마가 크지만 그럴수록 현지에서 직접 하나님의 위로를 전하고 싶다”며 “전쟁 한복판에서도 주님이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나누면 마음이 열리고 복음의 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