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겪는다. 중년 이후 고환에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면서 피로감, 성욕 저하, 발기 부전, 우울감, 기억력 저하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른바 ‘남성 갱년기증후군’으로 불리는 ‘성선기능저하증’이다.
그간 한국 남성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전반적으로 낮음에도 서구의 기준을 그대로 따르면서 진단과 치료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한남성갱년기학회가 수년간의 새로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국형 진단 및 치료 권고안을 내놨다.
현재 국내에선 총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약 3.0ng/㎖ 이하일 때만 성선기능저하증으로 진단한다. 하지만 이 기준은 주로 미국과 유럽의 관련 학계에서 설정한 것으로, 한국 남성의 평균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의료진의 진단·치료에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는 게 학회 입장이다.
학회는 이번에 총 테스토스테론 수치 2.6ng/㎖ 이하를 남성 성선기능저하증의 새 진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또 해당 값이 3.5ng/㎖ 이하일 땐 관련 증상 유무에 따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의학과 안순태 교수는 16일 “임상적으로 명확한 증상이 동반된다면 경계성 테스토스테론 수치(2.5 이상, 3.5 미만)에서도 3~6개월간 테스토스테론 보완 치료를 시범적으로 시행해 상태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테스토스테론 치료의 목표치는 4.2~6.3ng/㎖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권고됐다. 학회장인 김광민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같은 수치라도 체형,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등에 따라 호르몬 기능이 다르게 나타난다”면서 “고정된 수치 기준보다 환자의 증상과 기능 저하 정도를 함께 고려하는 진단 및 치료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성 성선기능저하증은 유전이나 병변 같은 ‘기질적 원인’은 물론 비만·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 ‘기능적 원인’에 의해서도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호르몬 치료와 함께 이런 생활 환경적 요인들을 완화하는 노력이 따라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운동과 식단 조절을 통해 지방량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려 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