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한이 맺혀도 그렇지”… 청주 60대 남성, 3곳 방화 후 투신

입력 2025-06-15 19:00

충북 청주에서 인화성 물질을 이용해 상가 등에 3차례 불을 지른 60대 용의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청주시 상당구 다가구 주택, 복합주거단지, 상가 입구에 인화성 물질을 뿌린 뒤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다가구 주택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으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청주 상당경찰서와 충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15일 오전 1시14분쯤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다세대주택 3층 현관문 앞에 누군가 불을 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이로 인해 건물에 살던 주민 6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 현관 일부 공간이 불에 그을렸다.

20여분 뒤 상당구 상당로의 한 업무빌딩 1층에서도 불이 났다가 행인과 소방 당국에 의해 3분 만에 꺼졌고, 오전 2시쯤에는 인접한 주상복합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서도 불이 났다. 지하 주차장에서는 천장 공조설비 등이 타거나 그을렸으나 스프링클러 작동으로 불은 확산하지 않았고 인명피해도 없었다.

경찰은 방화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서 폐쇄회로(CC)TV 확인 등을 통해 동일인의 소행으로 판단했다. 추적 끝에 청주의 한 저수지 인근에서 피의자로 추정한 60대 A씨의 유류품을 확인한 데 이어 오전 7시10분쯤 그의 시신을 저수지에서 발견했다.

주상복합아파트의 CCTV에는 A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주차장으로 진입한 뒤 인화성 물질을 엘리베이터 앞에 뿌리고 불을 지르는 장면이 담겼다.

현장에서는 A씨가 뿌린 몇 장의 프린트물도 발견됐다. 프린트물에는 범행 동기가 인척간의 원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담겼다. 문서 말미에는 “한이 맺혀 방화함. 선의의 피해자에게 가슴 깊이 사죄함”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앙심을 품고 원한 관계에 있는 인물과 연관성이 있는 건물들에 방화했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원한 관계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나 피의자 사망으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