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수상 이후 창작자로서 생활이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아요.”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6관왕의 영예를 안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42) 작가는 최근 국내 언론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담담히 수상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0년 동안 긴 마라톤 같았던 서울과 뉴욕에서의 ‘어쩌면 해피엔딩’ 작업 여정을 뿌듯하게 마무리한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작곡가 윌 애런슨과의 파트너십 비결에 대해 “동료 이전에 17년째 가까운 친구인 데다 정서나 가치관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히 극작과 작곡이 분리된 일반적인 뮤지컬 콤비와 달리 대본, 가사, 음악 작업을 모두 함께하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윌을 작곡가로 호칭하지만, 윌은 지금껏 계속 저와 극작을 함께 했어요. 미국에서는 우리 둘 다 작가(writer)로 불려요. 음표든 활자든 구분하지 않고 우리는 쓰는 사람들입니다. 함께 이야기를 짓고, 음악의 정서와 질감을 정하고, 매일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협업합니다.”
지난 2012년 초연한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윌-휴 콤비가 두 번째 함께한 작품이 2016년 서울에서 초연한 ‘어쩌면 해피엔딩’이다. ‘번지점프를 하다’가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것과 달리 ‘어쩌면 해피엔딩’은 두 사람의 유기적 작업을 통해 탄생한 첫 작품이다.
“원작이 없는 세계와 캐릭터들을 온전히 처음부터 만드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두려워요. ‘어쩌면 해피엔딩’이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특별히 모르겠어요. 다만 처음 쓰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 브로드웨이 개막까지 계속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어요.”
‘어쩌면 해피엔딩’에 이어 윌-휴 콤비가 선보인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는 각각 한국의 1930년대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 그는 “내게 친숙한 세상과 정서를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면서 “스물다섯에 미국 유학을 떠났기 때문에 아직도 영어에 한국식 악센트가 나오곤 한다. 뉴욕에 살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박 작가는 향후 계획도 공개했다.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의 한국 재공연과 함께 미국에서 두 작품의 영어 버전 개발을 첫손에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발표가 안 된 TV 드라마 계획이 하나 있고, 몇 년 전 이야기를 써놓은 단편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면서 “지난해 한국에서 연출 데뷔작이었던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같은 좋은 작품을 번역하고 연출하는 일도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