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준공형 사업 신탁사 줄패소 가능성, 비상 걸린 업계

입력 2025-06-16 00:22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형(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신규 수주가 줄어든 상황에서 최근 법원이 책준형 사업에서 준공 책임을 이행하지 못한 신탁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에 대출 원금과 연체이자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해 수주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신탁사 13곳이 보유한 책준형 사업장은 2023년 580곳에서 지난해 말 223곳으로 줄었다. 이 사업은 건설사가 약속한 기한 안에 공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2010년대 후반 이후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신탁사들이 고수익 상품인 책준형 사업을 확대했지만 경기 악화로 준공이 지연되면서 업계 최대 리스크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법원이 신한자산신탁과 새마을금고 대주단의 책준 사업 관련 재판에서 준공 책임을 이행하지 못한 책임으로 신한신탁이 대주단에 대출 원금과 연체이자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신탁사의 책임 범위를 명시한 법원의 첫 판단이 신탁사 완전 패소로 결론 나면서 유사한 소송을 벌이는 KB부동산신탁 등 주요 신탁사가 줄줄이 패소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신한신탁은 이르면 이번 주 1심 판결에 항소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의 여파로 생활형 숙박시설과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의 공급이 급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중소형 건설사들이 비아파트형 주거 공급을 책준형 사업을 통해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시공사들은 신탁사의 신용 보강이 없으면 사업을 진행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