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의 별과 우주] 뉴스페이스 시대… 민간 우주탐험가의 눈은 화성 향한다

입력 2025-06-17 00:02

각국, 2040년쯤으로 화성탐사 연기
민간 회사들은 속속 이주 계획 내놔
‘편도 비행’ 마스원은 재정난에 무산
머스크, 100만명 정착 목표로 잰걸음

인간이 지구를 벗어나 직접 간 유일한 천체는 달이다. 1969년 7월 20일 미국의 달탐사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우주비행사들을 싣고 착륙했다. 닐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첫번째 발자국을 달에 남겼다. 뒤를 이어 버즈 올드린이 발자국을 찍었다. 인류의 다음 목표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화성에 가지 못하고 있다. 아폴로 11호가 달까지 가는 데는 3일 정도 걸렸다. 비슷한 성능의 우주선으로 화성까지 가려면 6~9개월 정도 걸린다. 이 기간을 견디면서 살아서 갔다가 살아서 돌아와야 하는 화성 유인 탐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도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화성 유인탐사 계획을 여러 차례 연기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우주비행사의 생명 보장 때문이다. 화성까지 무사히 갔다가 활동을 하고 다시 무사히 돌아와야 하는데, 그에 필요한 생명유지 장치를 확실하게 확보해야만 화성 유인탐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40년쯤 화성 유인탐사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때 이 계획이 실제 실행될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의지 표명이거나 장기 계획인 것 같다.

우리는 국가 단위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의 우주 탐사가 이뤄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뉴스페이스 시대라고도 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를 비롯해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그리고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 같은 민간 회사들이 유인 우주선 시대를 이끌고 있다. 이들 민간 우주 기업은 지구 저궤도에서 이미 우주 관광사업을 하고 있다. 다음 목적지인 달을 향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달로 가는 상업적인 우주 여행이 실현되지 않았지만 이들의 눈은 벌써 달을 넘어서 화성을 향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가 단위의 화성 유인탐사 시점이 2040년쯤으로 미뤄진 사이 민간에서 먼저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계획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2년 네덜란드의 청년 두 명은 발칙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마스원(Mars One)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2020년대 후반쯤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NASA보다 먼저 화성 유인탐사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이들은 먼저 화성에 정착지를 건설할 로봇을 보내 인간이 살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후 2년마다 순차적으로 4명의 사람을 화성으로 보내 화성에 정착촌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런 그들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에 개발된 우주탐사선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개량하겠다는 방안을 내세웠다. 재미있는 것은 화성행이 편도라는 것이다. 화성으로 가기는 하되 그곳에 정착하는 것이지 지구로 돌아오는 계획이 없다는 게 특별한 점이다. 마스원 프로젝트는 화성에 가고 싶은 사람을 공개적으로 모집했다. 많은 사람이 지원했다. 남녀 50명씩 100명을 선발해 최종 40명을 위한 오디션을 시작하기도 했다. 기술적 우려가 있었지만 이들의 기발한 프로젝트는 잘 이어져 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계획은 재정적인 이유로 막을 내렸다.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에 머스크가 화성으로의 이주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머스크는 자신이 타던 자동차에 우주복을 입은 인형을 실어 화성으로 날려 보낸 적이 있다. 화성 유인탐사 및 정착촌 건설 계획을 발표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번 발표는 훨씬 더 구체적이다. 머스크는 자신의 회사인 스페이스X 기술을 통해 인류의 화성 이주를 성공시킴으로써 인류를 지구만이 아닌 다른 행성에서도 거주하는 다행성종(multiplanetary species)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화성을 자급자족이 가능한 정착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다. 이 계획은 인류의 장기 생존을 보장하고 지구 외부에서의 삶을 개척하려는 그의 비전의 핵심이다.

머스크가 개발하고 있는 스타십은 스페이스X의 초대형 재사용 우주선이다. 현재 실험을 계속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 우주선이 화성 이주를 위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한 번에 100~150명을 수송할 수 있다. 연료로 메탄을 사용하는 것이 특색이다. 화성의 대기에서 메탄 연료를 직접 생산해 지구로 귀환할 때 비용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스타십이 계획대로 개발된다는 가정 아래 머스크는 화성 이주 계획의 타임라인을 밝혔다. 2026년 5대의 무인 스타십을 화성에 보내 착륙 기술을 테스트하고 자원을 조사하는 한편 착륙장을 준비하고 전력 생산을 위한 태양광 패널 설치 등 초기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한다. 2028~2031년 화성 유인탐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초기 화성 탐사대는 현지에서 자원을 채취하고 발전소를 설치하며 투명 돔에서 농작물 재배를 준비하는 작업을 한다. 2033년 이후에는 20~500회에 걸친 대규모 스타십 발사를 통해 지구인 100만명을 화성으로 이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구와 화성이 근접해 26개월마다 열리는 지구·화성 사이 최단 시간 우주비행 기간을 활용해 이 기간 동안 매일 10회 이상 스타십을 발사할 계획이다. 더 장기적인 비전은 화성의 대기를 개조해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온실 효과로 화성 대기를 더 따뜻하게 만들고 물과 얼음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직은 SF 같은 머스크의 꿈이 실현될지 두고 볼 일이다.

과학콘텐츠그룹 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