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이재명정부와 코스피 5000 시대

입력 2025-06-16 00:34

상법·자본시장법 개정 공약
강력한 '주가상승' 정부 출현

세계 꼴찌 수준 한국의 PBR
정상화만 돼도 코스피 오를 것

'한국 증시 복귀는 지능순'
하반기 이런 유행어 등장하길

주식시장에 불이 붙었다. 대선 전날이던 6월 2일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2698이었다. 다음날인 6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후 코스피는 꾸준히 상승했다. 6월 11일 드디어 2900을 뚫었다. 2900 돌파는 3년5개월 만이다.

6월 13일 금요일에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뉴스가 전해지며 코스피지수는 2894로 마무리됐지만 이후에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주식시장을 가장 잘 아는’ 정치인이다. ‘코스피 5000 시대’가 대선 공약이었다. 상법 개정, 배당 촉진 세제개편, 부당한 합병비율을 개선하는 자본시장법 개정 등을 공약했다. 이재명정부가 ‘주가상승 촉진 정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큰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가 상승은 어떤 원리로 결정되는 것일까. 주가 수준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대표지표로 주가순자산비율(PBR·Price Book-value Ratio)이 있다. 이는 ‘장부가치 대비 주가비율’을 의미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주요 45개국 3만2428개 상장기업의 2005~2021년 자료를 토대로 PBR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인은 ①주주환원 37%, ②재무적 특성 36%, ③거시경제 13%였다. 셋의 합계는 86%다. 주주환원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이 해당된다. 재무적 특성은 영업실적을 의미한다. 거시경제는 2020년 코로나 경제위기를 맞게 됐을 때처럼 금리 인하 등으로 인한 유동성 공급이 대표적이다.

주주환원과 영업실적이 주가 결정의 약 4분의 3을 설명하고, 나머지 4분의 1은 유동성 공급 등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 코스피가 상승하는 이유도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 상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다.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앞으로는 대주주에 의한 소수 주주 약탈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되고 있다. 배당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

둘째, 원·달러 환율의 변동 효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미국에서 빠져,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연초와 비교할 때, 원·달러 환율은 약 7% 변동했다. 달러 약세, 원화 강세 경향이다.

셋째, 추가경정예산 집행 및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이다. 윤석열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며 경제가 어려워졌는데도 재정정책으로 극복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이재명정부는 대규모 추경과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하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대통령 공약인 ‘코스피 5000시대’는 실현 가능할까. 많은 전문가가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 주가가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슈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주가는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한국거래소가 지난 5월 발표한 ‘코스피시장과 해외 주식시장의 투자지표 비교’ 자료에 의하면 코스피 200개 기업을 분석 대상으로 한 코스피200의 PBR은 0.8배다.

한국과 유사한 경제 규모로 평가받는 대만은 2.6배다. 중국 1.5배, 태국 1.6배, 브라질 1.7배, 인도 4.0배다. 신흥국 24개국 평균은 1.8배였다. 주요 선진국을 살펴보면 일본 1.5배, 영국 1.9배, 프랑스 1.9배, 미국 4.8배였다. 선진국 23개국 평균은 3.5배였다.

한국의 PBR 수준은 전 세계에서 ‘꼴찌’에 가깝다. 코스피가 PBR 1.0배에 도달한다고 가정하면 코스피지수는 약 3200이 된다.

만일 코스피가 일본의 1.5배 정도에 도달한다면 코스피지수는 약 4800이 된다. 대만의 2.6배 정도에 도달한다면 약 8320이 된다. 물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온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 외에도 이를 수용하는 기업문화와 국민적 인식도 함께 변화돼야 한다.

그렇더라도 한국이 일본 및 대만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많은 전문가가 ‘코스피 5000시대’를 허무맹랑한 공약으로 치부하지 않는 이유다.

한동안 ‘국장(한국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이 쌓이는 반면 한국은 이재명정부의 주가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2025년 하반기는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될 것 같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