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에게 이번 토요일에 병문안을 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부고를 금요일 아침에 받았다. 보고 싶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 즉시 달려가지 않은 것에 대해 까맣게 속을 태우다 오전을 다 보낸 후에야 주섬주섬 검정 옷을 챙겨 입고 장례식장을 향했다.
영정 사진 속 그녀는 청자켓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가 잘 알고 있던 시원한 미소였다. 상주가 된 어린 아들이 천진한 얼굴로 서 있었다. 국화꽃 한 송이를 그녀 앞에 두고, 눈을 꼭 감고 오래 묵념했다. 차려주는 밥을 얻어먹고 옆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그녀에 대한 추억담을 훔쳐 들으며, 나도 일행과 함께 그녀에 대한 추억들을 밥상 위에 꺼내 봤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내려줬다. 비는 꼭 그럴 때 어깨를 적실 정도로 내려주곤 한다. 처마 밑에서 우산을 펼쳤을 때, 하늘이 그녀의 편에 서서 그녀와 남겨진 사람들 사이를 잠시 이어주는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휴대전화를 켰을 때에 알림이 떴다. ‘오후 4시 병문안 가기’라는 알림. 그녀를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그녀의 SNS에는 자주 투병기가 올라왔고 나는 그걸 꼬박꼬박 지켜보며 응원을 보내 왔다. 만날 수 있었을 때 만났어야 한다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후회를 하며 그녀의 타임라인을 거슬러 올라갔다. 예정대로 병문안을 가고 싶었다. 그녀를 위해 펜을 잡고 종이를 꺼내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간, 가방 속에 넣어둔 편지를 전해주고 싶었다. 내 편지를 읽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얼굴을 보고, 얼굴을 보여주고, 웃음도 보여주고, 눈물도 보여주고, 목소리도 들려주고. 싱거운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그리고 앙상했을 손도 잡아보고.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마음에 대해 하루 종일 생각했다. 당연함이 전혀 당연하지 않았던 것이 되는 순간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럴 때에는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김소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