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전쟁의 뉴노멀

입력 2025-06-16 00:40

이쯤 되면 요즘 전쟁의 트렌드 하나는 분명해진 듯하다. 적의 공격은 국경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 러시아 본토의 공군기지 4곳을 드론 117기로 기습해 전략폭격기 수십대를 파괴했다. 양국 국경과 수천㎞ 떨어진 시베리아 기지까지 공격한 드론은 그 기지 코앞에서 발사됐다. 1년 반의 비밀 작전으로 러시아에 드론을 반입한 우크라이나는 그것을 원격 조종해 9조원어치 전력을 무력화했다. 등잔 밑이 가장 어둡다더니, 러시아는 자기 땅에서 이륙한 적의 드론에 속수무책 당했다.

지난해 9월 레바논 헤즈볼라에 수천명 사상자를 안긴 이스라엘 폭탄은 헤즈볼라 대원들의 삐삐와 무전기에 장착돼 있었다. 그 통신장비는 헝가리에서 만든 것인데, 페이퍼 컴퍼니를 차려 생산에 개입한 이스라엘이 제작 과정에서 폭탄을 심었다. 10년 넘게 준비했다는 ‘트로이의 삐삐’는 같은 시각 일제히 터져 헤즈볼라를 패닉에 빠뜨렸다. 여기서도 폭탄은 국경을 넘어 날아오지 않았다. 이미 등잔 밑에 들어와 있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도 우크라이나 선례가 그대로 반복됐다. 이스라엘 전투기의 공습이 시작된 시각, 이란 곳곳의 군사시설 인근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구 모사드의 드론 편대가 날아오르고, 정밀유도탄이 발사됐다. 몇 달 전부터 밀반입해 은닉해둔 이 무기는 이란의 지대공·지대지 미사일 기지를 타격해 방어와 반격을 저지했고, 그런 기지로 급히 미사일을 실어 나르던 이란의 군용 트럭에선 모사드가 미리 설치한 폭탄이 터졌다.

공습은 새벽에 시작됐는데, 날이 밝기 전에 이란군 지휘부 20여명이 사망했다. 빈자리를 채울 다음 순번 지휘관들에겐 일제히 이스라엘의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한다. 어떤 이는 방문 앞에 놓인 편지를, 다른 이는 발신번호 없는 전화를 받았는데, ‘너를 알고 있다’는 협박이었다. 오래전부터 이란 땅에서 이스라엘의 참수작전이 진행됐음을 뜻한다.

북한도 이를 보고 있을 것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적의 공격은 서울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