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은 ‘노인 학대 예방의 날’이다. 노인 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노인복지법에서 정한 법정기념일이다. 2017년부터 시작돼 올해가 9회로 기념일 중에선 새내기나 다름없다. 유엔은 2006년부터 6월 15일을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로 기념해 왔다. 법이 규정하고 있는 노인 학대란 ‘노인에 대해 신체적·정신적·정서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38개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된 2만2746건의 학대 의심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13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신고건수의 31.5%가 실제 학대로 판정됐다. 학대자가 배우자인 경우가 38.7%, 아들은 26.4%였다. 특히 배우자 학대는 2020년 31.7%였는데 계속 증가 추세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피해노인이 75세 이상인 경우가 53%, 학대자가 70대 이상인 경우도 34.7%였다.
아동 학대에 대한 경각심은 폭넓게 확산돼 있지만 노인 학대는 그렇지 못한 것은 노인은 성인이어서 아동보다는 덜 약자로 보는 경향과 무관치 않다. 또 아동 학대는 학대 시 주변에서도 신고를 많이 하지만 노인 학대는 학대에 대한 판단이나 인식이 약해 현장을 보고도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인들의 거동이 불편하고 주로 집안이나 돌봄 시설에 머물다보니 학대에 취약한 측면도 있다. 학대를 당하고도 배우자나 자식들이 처벌받을까봐 쉬쉬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앞으로 고령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노인 학대도 점점 더 많아질 개연성이 높다. 정부가 아동 학대 못지않게 노인 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이나 신고 체계를 지금보다 몇 배 더 촘촘하게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노인 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전반적으로 약한 만큼 사회적 차원의 교육은 물론,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인식 제고가 시급하다. 지금 바짝 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손쓰기 버거울 만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다가올지 모른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