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재계, 오늘 상견례… 美 관세 대응 주요 의제로

입력 2025-06-13 00:23
이재명 대통령이 수해(장마) 대비 홍수 예·경보 시스템 현장 점검을 위해 12일 서울 서초구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9일 만인 13일 국내 5대 그룹 총수 및 경제단체장들과 첫 상견례를 가진다. 미국발 통상 이슈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라 이에 대한 대응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재계가 우려를 표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3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5대 그룹 총수와 경제단체장을 만난다. 당초 2시간으로 예정됐던 간담회 시간은 막판 조율 과정에서 1시간 내외로 줄었다고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한다.

이번 자리는 이 대통령이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산업계 의견을 듣고 경제 현안을 점검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대응과 피해 기업 지원책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한국의 13대 주력 산업 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연간 수출도 지난해보다 2.1%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90일간 유예했던 상호관세가 다음 달 9일 발효될 예정이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에서는 양국 정상 간 신속한 협의를 고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해외 사업 관련 애로나 동향을 전달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 관련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준비 단계에서 공식 의제가 ‘투자 및 내수 활성화’에서 ‘통상’으로 변경된 데다 예정 간담회 시간도 대폭 줄어 상법 개정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할 물리적인 시간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다만 주요 그룹에서는 이 대통령의 관련 질문이 나올 경우 답변할 내용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주식시장 투명성 제고를 강조하는 동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할 주요 방안 중 하나로 상법 개정을 지목했었다.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애초 정부 측은 재계 설득을 위해 배임죄 요건 완화, 경영 판단의 원칙 명문화 등 카드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기업 경영진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일종의 ‘당근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정부는 재계와 소통이 이뤄진 후 산업 현장의 우려를 일부 반영해 상법 개정 수위를 정한다는 방침”이라며 “다만 정권 초 눈치보기 분위기 속에 열리는 이번 간담회에서 재계가 먼저 운을 띄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임송수 백재연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