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결렬시 중동 대충돌 가능성… 美 인력 철수

입력 2025-06-12 18:39 수정 2025-06-13 00:03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크네세트(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야권이 제출한 의회 해산안이 부결돼 네타냐후 총리는 최소 6개월간은 정부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전망에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 준비를 마쳤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은 이라크 등지에서 일부 인력을 철수하기 시작했고, 영국은 중동 해안을 지나는 상업용 선박들에 위험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필수 인력을 제외한 직원과 가족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바레인과 쿠웨이트 주재 미국대사관의 비필수 인력 및 그 가족의 출국도 승인했다.

미 국방부도 중동 전역에 있는 미군 가족의 자발적 출국을 승인했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와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에 미군기지를 두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피트 헤그세스 장관이 중동 전역 미군 가족의 자발적 출국을 승인했다”며 “다만 해당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마이클 에릭 쿠릴라 미 중부사령관은 12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연기했다.

영국 해군 해사무역기구는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해상 군사활동이 증가해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 오만만, 호르무즈해협 등 이란 접경 해로를 지나는 선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외무부도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라며 “미국의 조치에 따라 이라크 주재 대사관 운영 여부를 상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이 급박하게 움직이는 것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4월 이후 이란과 핵 협상을 다섯 차례 진행했지만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스티븐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오는 15일 오만에서 6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타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시작할 준비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 CBS방송은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 인력 철수에 대해 “이란이 (이스라엘로부터 공격받을 경우) 이라크 내 미국 시설에 보복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동은 위험한 곳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떠나라고 권고한 것”이라며 “지켜보자”고 말했다.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은 미국과의 핵 협상이 타결되기를 바란다면서도 분쟁이 벌어지면 중동 내 모든 미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 시 대응 방안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고위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수백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내용을 포함한 대응 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이날 4% 이상 급등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