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방주와 같은 교회를 도시와 학교, 열방에 세우는 것이 우리 교회의 비전입니다. 복음한국 통일한국 선교한국을 이루기 위함입니다.”
2002년 신촌 길거리에서 사역을 시작해 국내 1세대 카페교회 등으로 주목받았던 이규(55) 시티미션교회 목사는 이제 도시와 중동, 그리고 북한을 품는 선교 사역을 펼치고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 교회에서 만난 이 목사는 “그동안 청년 사역을 하면서 교회 내 재정적 구조적 한계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분립 개척을 해도 임대료나 사역 비용의 현실적인 벽이 높았고, 청년들을 리더로 키우기 위한 장학금 지원 등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고민은 그의 목회 정체성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직접 뛰는 선수 겸 코치에서 전체 생태계를 만드는 구단주 역할로 변화됐다.
2021년 장년 성도들이 출석하는 서부교회와 통합한 시티미션교회는 현재 재정적 안정을 넘어 세대 간의 아름다운 연합을 이뤄내고 있다.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소속인 교회는 20대 청년부터 90대 어르신까지 3세대가 함께 예배드린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교회 청년들이 예배 실황을 담은 동영상이 담긴 태블릿을 가지고 직접 방문해 어르신들이 예배를 함께 드리도록 섬기는 모습은 교회의 자랑이 됐다.
이 목사는 “육신의 연약함으로 6년 이상 교회에 나오지 못하시던 권사님을 교회 청년들이 업고 예배당에 모시고 왔을 때 온 성도가 함께 울었다”고 전했다.
교회 어르신들도 청·장년 세대를 세우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 목사는 “청년 중심의 역동적인 예배에 어르신들도 함께 기뻐하며 참여하시는 게 고무적”이라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교회의 생태계”라고 덧붙였다.
도시 품는 새로운 교회 모델
이 목사는 목회의 본질을 ‘도시 선교’에서 찾는다. 그는 “100여명의 성도들이 출석하는 교회가 가족 같으면서도 힘 있게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좋은 규모라고 본다”며 “3만명이 모이는 교회 하나보다 100명 모이는 교회 300개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전 아래 탄생한 시티미션교회는 미국 리디머장로교회의 모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중심 역할을 하는 ‘센터 처치(용산)’와 도시 곳곳에 세워지는 ‘시티 처치’ 그리고 가정과 직장, 학교 등 삶의 현장으로 찾아가는 ‘미션 처치’의 구조를 갖췄다.
특히 금요일 저녁에 모이는 미션 처치는 시티미션교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성도들이 교회로 모이는 대신 전도하고 섬길 대상을 직접 찾아가 식사하며 교제하는 모바일 처치 형태이다. 이 목사는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시작하며 가족과 이웃이 함께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거기서 사역을 착안했다”며 “예배보다 그 사람을 찾아가 섬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시티미션교회는 2021년 싱가포르에 중국인교회를 개척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이 많은 경북 안동 지역에 교회를 개척할 예정이다. 이들 교회는 시티 처치 역할을 한다.
영국 거점으로 중동 선교 가동
시티미션교회는 특히 중동 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고 있다. 이를 위해 영국을 중동 선교의 거점으로 삼고 ‘폴 프로젝트(Paul Project)’를 진행 중이다. 이슬람에서 개종한 뒤 가정과 사회에서 쫓겨난 이들을 영국으로 데려와 약 3년간 신앙 훈련과 영어 교육을 제공해 리더로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영국을 선택한 이유는 표준 영어를 배울 수 있고 유럽과 중동으로의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여덟 가정이 중동에서 전문인 사역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목사는 “오랜 내전과 갈등으로 이슬람에 환멸을 느낀 중동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오히려 선교의 문이 열리고 있다”며 “특히 중동에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을 중심으로 한 사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일한국 염원
통일한국 역시 교회의 핵심 사명 중 하나다. 시티미션교회는 북한이 보이는 인천 강화도 끝에 수양관을 마련했다. 이곳은 단순히 수련회가 열리는 장소를 넘어 통일을 염원하며 기도하고 다음세대 인재를 교육하는 캠프로 사용된다. 이 목사는 “청년들이 이곳에서 교육받고 비전을 세운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복음이 소외된 국내 지역에도 교회를 개척하고 있다.
이 목사는 10년 후 비전으로 ‘아크(Ark) 3300’을 제시했다. 1만명의 리더를 양성해 300개 시티처치와 3000개 미션처치를 세우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교회를 향해 다음세대 양성에 힘쓸 것을 권고했다.
“청년은 현존하는 미래입니다. 지금의 대학생들이 10~20년 뒤 한국 사회를 바꿀 것입니다. 우리나라 믿음의 선조들이 전쟁과 가난 등의 어려움 속에서 교회와 학교를 세웠듯 우리도 뜻을 모아 다음 세대에 투자해야 합니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