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과 건설 현장에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 상황이 심화하는 것과 맞물려 산업계의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도 본격화되고 있다. 자율화·스마트화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농기계, 건설기계 업계 전반에 걸쳐 기술 전환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LS엠트론은 12일 국내 최고 마력 트랙터인 ‘MT9 자율작업 트랙터’(사진)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MT9에는 정밀 위치 정보 시스템(RTK-GNSS)이 적용돼 정지 시 위치 오차를 최대 2㎝ 이내로 줄일 수 있으며, 사용자가 설정한 경로를 따라 자율 주행과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별도의 조작 없이도 정밀하고 안정적인 농작업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양파 농사 테스트 결과 자율작업 트랙터를 도입한 경우 수동 작업 대비 경작 시간이 25% 단축되고, 수확량은 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S엠트론 관계자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촌에서는 남아 있는 젊은 농민들이 대형 트랙터를 구매해 여러 가구의 밭을 함께 관리하는 식으로 농사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며 “작업 규모가 커지고 장시간 손으로 일하기엔 너무 힘들어지다 보니 자율 작업 트랙터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자율작업 트랙터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자율주행 트랙터 시장 규모는 올해 16억4000만 달러(약 2조2277억원)에서 2030년 52억3000만 달러(약 7조1044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26.1%에 달한다. 신재호 LS엠트론 사장은 “1인당 경지 면적이 늘어나며 농업의 첨단화가 빨라지고 있다”며 “자율작업 기술을 선도해 무인 농업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건설기계 분야에서도 자동화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 3사(HD현대사이트솔루션·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 4월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40t급 ‘현대(HYUNDAI)’ 굴착기와 24t급 ‘디벨론(DEVELON)’ 굴착기의 차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전자제어유압시스템 등 첨단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 굴착기로, 굴착기에 작업자가 접근하면 알람이 울리는 스마트 세이프티, 목표한 작업물의 깊이와 기울기에 대해 실시간으로 작업 가이드를 제공하는 스마트 어시스트 등의 기능이 탑재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분야는 숙련도를 요하는 작업이 많지만 고령화로 인해 인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자동화 기술 도입으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