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받는 것처럼 따박따박 주식 배당금 받는 날 온다

입력 2025-06-13 00:00
게티이미지뱅크

이재명 대통령이 상장사 배당을 촉진하는 세제·제도 개편 계획을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주식 배당금으로 유의미한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게 되면 투자자들은 부동산에서 월세를 받는 것처럼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금융주 등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시 투자자들은 전날 이 대통령 발언 이후 배당촉진제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 현장 간담회를 한 뒤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개편이나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장사들이 전보다 배당을 많이 하게 되면 투자자의 배당수익률이 높아진다. 또 배당수익을 기대한 새로운 자금이 증시에 유입되면 주가도 자연스럽게 오를 수 있다.

‘주식을 부동산에 못지않은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고 한 이 대통령의 언급을 감안할 때 투자의 무게 중심이 이동할지도 주목된다. 미국인들은 퇴직 이후 은퇴계좌 등을 통해 투자해온 배당주 및 배당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받은 돈을 생활비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등 부동산 임대소득 비중이 높은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은 한국 기업들의 낮은 배당 성향과 연관이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상장사들의 최근 10년 배당 성향은 26%로 미국(42.4%) 일본(36.0%) 등 선진국은 물론 공산국가인 중국(31%)보다 낮다.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의 지난 4월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배당촉진제의 근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11일 “배당소득세를 무조건 내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면서도 이 의원의 개정안을 소개했다. 이 개정안은 배당 성향이 35% 이상인 상장사의 배당소득은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별도 세율(15.4~27.5%)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증권가도 이 의원의 법안을 토대로 수혜주 분석에 나섰다. 배당 성향이 35% 이상인 상장사 중 앞으로도 이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거나 대외적으로 약속한 상장사를 추렸다. 한화투자증권 분석 결과 금융주 중에서는 삼성화재, 하나금융지주, 기업은행 등이 꼽혔다. 이들 기업은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을 40~5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이유로 한전기술과 한전KPS 등도 기대 종목으로 꼽혔다. HD현대마린솔루션과 기아 엔씨소프트 현대오토에버 제일기획도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약속한 만큼 배당소득 분리과세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으로 거론된다.

엄수진 한화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관련 세금 부담이 줄면 대주주가 배당할 인센티브가 높아져 국내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상승할 것”이라며 “부동산 등 다른 자산으로 흘러 들어가던 자금 중 상당량이 주식으로 유입되면서 증시가 활성화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