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 속… 통상본부장 “한·미 셔틀협상 속도”

입력 2025-06-12 18:43
사진=연합뉴스

새 정부의 본격적인 대미 관세 협상을 앞두고 ‘통상 소방수’로 투입된 여한구(사진)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대미 협의 속도를 대폭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여 본부장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나 “지난 정부는 민주적 정당성과 국민의 맨데이트(선거를 통한 권한 위임)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실무 협상진이 열심히 할 일을 하더라도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면서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지금부턴 협상을 최대한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은 산업부 내 통상 업무를 총괄하는 차관급 보직으로, 여 본부장은 2021년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같은 직을 맡은 바 있다. 퇴임 후에는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서 활동하며 산업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다. 그를 다시 본부장으로 발탁한 결정을 두고 관가에서는 청문 절차 없이 ‘베테랑 소방수’를 빠르게 전선에 투입하려는 새 정부의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 본부장은 현재 한국의 대미 관세 협상이 정권교체기라는 한계로 다른 주요국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고 봤다. 그는 “다른 나라들은 횟수로만 따져도 우리보다 두세 배 정도 많은 협상을 진행했다”면서 “뒤늦게 시작해 따라잡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바짝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약화된 대미 협상력에 대해서도 “잘나가던 한국이 지난 6개월간 미얀마 수준으로 내려가 안타까웠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 본부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통상·산업·에너지를 망라하는 범부처 ‘대미 협상 태스크포스(TF)’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재 국장급이 기용되는 실무수석대표도 1급으로 격상한다는 구상이다. 여 본부장은 “지금부터 한·미 통상장관급에서 본격적인 ‘셔틀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면서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상호 호혜적인 산업·통상·투자 협력의 구조적 틀을 새로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대미 협상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민감한 대응은 지양하면서도 신속하게 대미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수시로 ‘브레이킹 뉴스’가 나오다 보니 (소식마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미국 쪽 장관들과 만나서 본격적으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에도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무역 협상 기한을 연장할 용의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약 10일~2주일 후에 (협상 상대국에) ‘이게 협상의 핵심이며 받아들이든 말든 상관없다’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협상 상대국을 압박했다. 같은 날 미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성실하게 협상한다면 (관세 유예)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과 온도차가 뚜렷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