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중지 호응한 북… 관계 개선 기대감

입력 2025-06-12 18:51 수정 2025-06-12 19:05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멈춘 것으로 확인된 12일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은 시민들이 망원경 등을 통해 북측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북한의 조치는 정부가 전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것의 상호 대응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북 확성기 가동을 멈추자 북한도 대남 확성기 방송 중지로 화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모적인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와 협력을 재개하겠다”며 거듭 북한에 유화 제스처를 던졌다.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북한이 당장 본격적인 대화 복원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12일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며 “서부전선에서 전날 늦은 밤에 마지막으로 대남 방송이 청취됐고 이후로는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전날 오후부터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 가동을 멈췄으며 전선을 따라 차례로 전면 중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전날 오후 2시부터 확성기 방송 중지를 지시한 당일 북한도 상응 조처를 한 셈이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이 중지된 1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 인근에 있는 북측 스피커 옆 초소에서 북한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상호 신뢰 회복의 물꼬를 트기 위한 조치”라며 전날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를 지시했다. 연합뉴스

통일부 관계자는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조치에 대한 북한의 호응으로 접경지역 주민의 고통을 덜어드리게 됐다”며 “남북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상호 신뢰회복에 의미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거듭 대화를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5주년 행사에서 우상호 정무수석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소모적인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와 협력을 재개하겠다”며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고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위기관리 체계를 하루빨리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가 흔들리면 경제도 안보도 흔들린다. 평화가 곧 경제”라며 “이를 위해 중단된 남북 대화 채널부터 빠르게 복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 몇 년간 고조된 남북한 팽팽한 긴장이 해빙기에 들어갈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확성기 방송 중지에 소음 방송 중지로 화답한 것”이라며 “새로운 이재명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다만 북한이 즉각적인 대화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과 단절을 선언했고, 러시아와 밀착하는 상황에서 굳이 대화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판문점 내 남북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은 2023년 4월부터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 중이다. 동·서해로 표류한 북한 주민 6명 송환 등이 대화 재개의 방안으로도 언급되지만, 남북 연락선이 단절된 상태라 접촉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도 “북한이 남북 통신선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이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꺼내든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가 올해라는 점도 변수다. 북한이 무기 개발 시험이나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도발로 보이는 행동을 언제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조치로 9·19 군사합의 등이 꼽히지만 바로 꺼내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복원하더라도 절차를 밟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