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확성기 중단, 북·미 접촉설… 한반도 평화 훈풍 불길

입력 2025-06-13 01:20
1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 지역에 설치된 대북 방송 확성기 관련 군사 시설물.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 군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날 오후 2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바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뒤 북측도 대남 소음 방송을 멈췄다. 합참에 따르면 12일 0시 이후 접경지 전 지역에서 북측의 소음 방송이 청취되지 않았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 간 신뢰 회복의 일환으로 11일 군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언제 또 돌변할지 모르기에 긴장을 늦추진 말아야겠지만, 남북 간 상대를 자극하는 행위가 줄어들고 있는 점은 반길 일이다. 남측은 지난해 6월 쓰레기 풍선 살포를 이유로 6년 만에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이에 북측도 소음 방송으로 맞섰다. 이로 인한 접경지 소음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이번 중단 조치가 계속 이어져 주민들이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서신 교환에 열려 있고, 2018년 북·미 정상회담 때와 같은 관계 진전을 원한다고 백악관이 밝혀 주목된다. 백악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이미 친서를 보냈지만 북측이 수령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대통령이 답하도록 남겨 두겠다”며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에 관심이 있다는 의미여서 한반도 긴장 완화 측면에선 역시 긍정적인 소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새 정부의 대북 유화 조치가 나오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촉 시도가 이뤄지는 현 상황을 잘 살려 남북 대화나 북핵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8~2019년 남·북·미 대화가 활발하던 때에 비해 상황이 크게 악화됐지만, 지속적으로 대화 노력을 기울이다보면 판문점 깜짝 남북 정상회담이나 싱가포르 북·미 회담처럼 극적인 돌파구가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특히 한국으로선 북·미 대화에 앞서 남북 간 채널을 빨리 복원하고 대북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국의 발언권이 커지고, 북·미 협상 과정에서 배제되는 일도 피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6·15 정상회담 25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한반도 리스크를 한반도 프리미엄으로 바꿔내겠다”고 강조했는데, 그 말이 조속히 현실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