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선출될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경선의 윤곽이 속속 나오고 있다. ‘수도권 3선’인 김성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의원과 ‘TK(대구·경북) 3선’인 송언석(경북 김천) 의원이 각각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차기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고, 당 수습과 쇄신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다만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 등 계파 간 대리전 구도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참패한 사실을 거론하며 “지금은 수도권 민심을 가장 잘 아는 제가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수도권에서 참패한 뒤에도 영남 원내대표가 나온다면 국민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느냐”고 말했다. 수도권 중진으로서 국민의힘의 고질병인 민심과 당심(黨心)의 괴리 해소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송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평생에 걸쳐 다져온 경제·재정 분야의 정책 전문성을 바탕으로 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 든든한 밑거름이 되겠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송 의원은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으로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장도 맡는 등 당내 대표적인 경제·재정통으로 꼽힌다. 그는 “이재명정부의 전횡과 포퓰리즘을 감시하고 국민과 경제를 위한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된 김도읍(부산 강서·4선) 의원은 언론 공지를 통해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과 송 의원 모두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사람 모두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특정 계파를 위해 출마하지는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김 의원은 친한계와 가깝고, 송 의원은 당의 주류인 옛 친윤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경선이 계파 대리전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실제 두 사람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5대 개혁안’을 두고도 온도차를 보였다. 김 의원은 “(개혁안) 실행 과정에서 절차나 파장은 좀 더 세심히 보자는 의견이 있고, 그런 의견을 청취해 가며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개혁 방향에 동의하되 방법론에서 신중론을 폈다. 반면 송 의원은 개혁안 중 하나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 대해 “지금 와서 신라가 삼국통일을 한 게 잘못됐고 고구려가 통일했어야 한다고 뒤집을 순 없다”며 부정적 인식을 나타냈다. 당내에서는 주류와 영남 의원들의 지원을 받는 송 의원이 우세할 거란 전망이 나오지만 대선 패배 이후 당 쇄신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반전 가능성도 있다.
사퇴 의사를 밝힌 권성동 원내대표는 퇴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정부의 실패와 탄핵, 지난 대선 패배를 반면교사 삼아 성찰과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며 “성찰과 혁신이라는 가치가 당권 투쟁으로 오염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종선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