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9시에 아침을 먹은 뒤 10시 반에 예배당에 가 12시에 누가복음 19장 11~27절을 보고 ‘일을 맡은 자의 책임(任事者之責任)’이라는 주제로 설교한 뒤 디모데전서 3장 1~6절을 낭독하고 장로 투표를 하니….”
이자익(1879~1958) 목사의 삶이 그가 남긴 친필 일기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이자익목사기념사업회(이사장 문성모 목사)는 11일 대전 오정교회(홍순영 목사)에서 ‘이자익 목사 일기 출판 감사예배’를 드리고 이 목사의 삶과 목회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성모 목사가 집필한 이 목사의 일기 해제본에는 격변기를 살았던 교회 지도자의 평범했던 일상과 열정적인 사역의 모습이 잘 담겨 있다.
이 목사는 12세 때 고아가 돼 마부로 일하다 23세가 되던 해 루이스 B 테이트 선교사를 만나 예수를 믿기 시작했다. 장로교 분열 전 총회장을 세 차례나 지낸 이 목사는 대전신학교 초대 교장을 비롯해 대전 오정교회와 김제 금산교회에서 목회했다. 피고용인이던 그가 먼저 목사가 되고 고용인이던 조덕삼 장로가 섬긴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문 목사는 1년에 걸쳐 국한문 혼용 이 목사의 일기를 현대어로 풀어냈다. 일기에 등장하는 지명과 교회명, 성도 이름 등에 각주도 달았다. 문 목사는 “이자익 목사님의 일기를 해독하기 위해 그의 삶 전체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후손도 만나 검증을 받고 한문 해석에 뛰어난 문정일 목원대 명예교수의 도움도 받았다”고 전했다.
김흥수 목원대 명예교수는 이날 ‘이자익 목사 일기’에 대해 서평했다. 김 교수는 “일기를 보면 이 목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창 전역을 누비며 성경 공부와 설교, 심방을 했던 이야기도 담겼다”며 “그가 섬겼던 교회와 목회자 이름 등은 거창 지역 교회사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1차 자료로서 활용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교회사에서 이 목사가 과소평가됐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600쪽 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100년사’에서조차 이 목사에 대한 언급이 한 차례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다른 이의 설교에서 인용된 문장”이라며 “이 목사의 거창선교 100주년을 기념해 빛을 본 일기는 그의 삶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문 목사는 이자익 목사의 손자 이규석 목사에게 ‘이자익 목사 일기’를 전달했다.
대전=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