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봉투 나눠드려요. 교회 다니세요.”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 골목. 초록 조끼를 입은 중년 여성들이 상인들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서울연회(감독 김성복 목사)와 선교국이 주최한 ‘전도꾼 만들기’ 프로젝트 5주 차 현장이다.
앞서 오전 10시부터 서울 성동구 꽃재교회(김성복 목사) 샤론홀에서는 전도 세미나가 열렸다. 강단 위에 걸린 ‘평신도 전도꾼 만들기’라는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서울연회 소속 각 교회 담임목사가 추천한 100여명의 성도들이 함께했다. 세미나는 총 8주간 이어진다.
이날 강의는 ‘현장 전도’를 주제로 윤석렬 대조감리교회 목사가 맡았다. 윤 목사는 “전도를 교회의 부차적인 일이 아니라 본질적인 사명으로 다시 회복해야 한다”며 “겉보기와 달리 내적 공허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복음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의 후 참가자들은 초록색 전도 조끼를 입고 조별 실습에 나섰다. 6개 조가 지하철역, 시장, 아파트 단지 등 6곳의 전도 현장으로 흩어졌다. 각 조는 매주 다른 현장을 경험한다. 전도는 지역별 특성과 유동 인구 분석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진행된다.
기자는 시장팀에 합류했다. “우리는 영혼 구원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거듭났다!” 출발 전 임현미 꽃재교회 교구 담당 전도사의 선창에 따라 12명의 조원이 구호를 외쳤다. 전도팀은 골목마다 흩어져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대화를 여는 무기는 종량제 봉투였다.
김옥형 하늘이음교회 집사는 “먹는 것보다는 종량제 봉투처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물품이 전도 대상자에게는 더 반가운 모양”이라며 “교회로 돌아가 전도할 때 참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교회에서 온 김명수 권사의 조끼 안쪽에는 상황별 멘트를 정리해 둔 메모장이 들어 있었다. 김 권사는 “전도 현장에 자주 나가고 있지만 부쩍 교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분이 많아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전했다.
교회 인근에서는 ‘금빛 전도팀’이 빗자루를 들고 거리 정리에 나섰다. 꽃재교회는 빗자루 색을 따 ‘금빛 전도’라고 이름 붙였다. 임현미 전도사는 “청소하는 교인들을 보고 고맙다고 인사하는 주민이 많다”며 “복음은 말보다 섬김으로 전할 때 더 효과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복음 전도에 대한 한국교회의 열정이 한풀 꺾인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목회데이터연구소와 21세기교회연구소가 발표한 ‘기독교인 유형별 신앙 행동 분석’에 따르면 ‘복음 전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2%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해 목회데이터연구소의 ‘한국교회 전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도들이 전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전도할 용기가 없어서’(25%)였다. 윤 목사는 “복음을 꺼낼 수 있는 용기와 말을 건넬 수 있는 확신, 그리고 다가가는 법을 익히는 훈련이 절실한 시대”라고 말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