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이민 단속 반대 시위가 야간 통행금지령 이후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다만 LA에서 촉발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반대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오는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생일과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이 열리는 워싱턴DC를 제외한 미 전역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예고되면서 이번 사태가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LA시 당국은 12일에도 전날에 이어 이틀째 도심에 야간 통금(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을 내렸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엑스에서 통금령 목적에 대해 “대통령의 혼란스러운 대응을 악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악의적 행위자들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파괴 행위와 폭력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배스 시장은 또 MSNBC방송에 나와 “통금령이 효과적이었다. 어젯밤에는 약탈이나 반달리즘(공공시설·기물 등의 파괴·훼손) 행위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간밤에 시위 현장 일대에서 22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약탈과 폭력은 잠잠해졌지만 도시 행정 기능은 여전히 마비된 상태다. 전날 통금령에도 시위대가 몰려들어 경찰과 대치했던 다운타운 연방건물은 이날도 문을 닫았다. 이민서비스국(USCIS)의 모든 인터뷰가 무기한 중단되면서 오전 일찍 이곳을 찾은 많은 시민이 발길을 돌렸다.
시위는 미국 전역에 소규모 형태로 번지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선 이날 200여명의 시위대가 진압 장비로 무장한 경찰과 대치했다. 조지아주 브룩헤이븐에선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기습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6명이 체포됐다. 일리노이와 인디애나, 콜로라도, 미주리주 등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을 비판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전날 밤 시위 통제를 위해 주방위군을 주 전역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14일에는 군사 열병식이 진행되는 워싱턴과 트럼프 반대 집회가 열리는 다른 지역들이 극명한 대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왕이 아니다’라는 뜻의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워싱턴을 제외한 미 전역 1500여곳에서 열린다. 주최 측은 “트럼프는 자신의 생일을 맞아 탱크를 동원한 거리 행진과 TV 전시용 이벤트를 원한다”며 “따라서 워싱턴에선 별도의 행사를 열지 않겠다. 대신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비미국적인 퍼레이드와 대비하기 위해 필라델피아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