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욥에게 보내는 소망의 편지

입력 2025-06-13 03:06

하나님을 신실하게 믿어도 고난은 찾아온다. 스리랑카 출신 성공회 신학자인 저자는 이 책으로 이 시대 욥에게 소망의 편지를 보낸다. 사랑하는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냈고 조국 스리랑카는 오랜 시간 내전을 경험했다. 이런 경험과 학문을 바탕으로 저자는 여러 각도로 고난과 고통을 조명한다.

저자는 고통의 순간이 찾아올 때 탄식하라고 그리스도인에게 권한다. “하나님은 자신의 의심과 항의, 심지어 분노까지도 감당할 만큼 큰 분”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자녀라면 감사와 찬양뿐만 아니라 실망과 분노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의 고난에는 많은 경우 권선징악과 같은 어떠한 패턴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부분이 많다. 그러므로 타인이 보내는 고난의 시간을 함부로 단정 짓지 말아야 한다. 만약 우리가 고난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욥처럼 탄식하며 하나님께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 그럴 때 하나님을 향한 신뢰가 깊어지고 하나님을 더 의지하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우리가 고난 가운데 있거나 세상이 고통당할 때 하나님은 무엇을 하는가. 저자는 구약성경을 들어 하나님의 고난을 설명한다. 하나님이 고통받는 이유는 그분이 자신의 백성과 맺는 언약적 신실함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고난을 멀리서 지켜보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고난에 동참하는 분이다.

고난 속에 함께하는 하나님을 기억하면서 우리가 품어야 할 소망은 무엇일까.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을 든다. 부활은 기독교적 소망의 기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기대하고 새롭게 창조할 질서를 바라는 소망을 품고 살아야 한다. 부활 신앙은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케 하며 하나님 나라 소망을 품게 한다.

애통과 기쁨, 믿음과 의심, 명확성과 모호함이 우리 삶에 혼재돼 있을 잘 보여 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고난의 순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고통당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과 부활이 우리에게 소망의 근거가 된다는 사실이다.

작년 여름 아내가 암 투병 중 급작스럽게 하나님 품으로 갔다. 자녀들은 엄마의 부재로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부활 소망을 품고 날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으로 살아가려 한다. 언젠가 천국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김민철 목사(언덕교회·넥스트목회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