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정통 피자’ 브랜드 파파존스가 한국 진출 22주년을 맞았다. 피자헛(1985년)·도미노피자(1990년)보다 국내 진출 후발주자지만 매장 수를 270여개로 늘리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전통 브랜드와 가성비 브랜드가 치열한 경합을 펼치는 환경에서도 파파존스는 최근 5년 연속 매출 증가라는 성과를 냈다. 가맹점과의 상생, 정통 프리미엄 피자에 대한 고집이 만들어낸 결과다.
한국파파존스는 미국 본사에서도 글로벌 모범 사례로 꼽는다. 전 세계 파파존스 진출국 가운데 매출·매장 수 톱3, 아시아시장 1위를 기록하며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2003년 경쟁사에서 한국파파존스에 합류해 5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전중구 사장은 “가맹점과의 상생이 성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전 사장을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파파존스 압구정점에서 만나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성장하게 된 비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글로벌 파파존스에서 한국파파존스의 입지는 어떠한가.
“한국파파존스는 글로벌 파파존스 진출 국가 중 매출과 매장 수 모두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미국 본사는 한국 시장을 ‘가장 흥미로운 시장’으로 꼽으며 현지화 메뉴 개발, 디지털 마케팅 등에서 모범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올해 초 글로벌 파파존스 본사 주요 임원과 전 세계 관계자들이 모인 ‘파파존스 프랜차이즈 콘퍼런스’가 열렸는데, 성공적인 글로벌 마켓의 사례를 소개하는 섹션에 한국파파존스도 이름을 올렸다.”
-역동적인 한국시장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
“한국의 피자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매우 역동적인 환경이다. 가격 정책에서도 고객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근 외식업계가 경쟁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파파존스는 2022년 일부 피자 메뉴와 2023년 사이드메뉴·음료 가격을 인상한 이후 현재까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2014년부터 약 7년 동안은 주요 메뉴 판매가를 동결하기도 했다.”
-가맹점 품질 관리 전략은.
“매장 서비스와 피자 품질을 고객 눈높이에서 검증하기 위해 ‘미스터리 쇼퍼’ 제도를 운영 중이다. 피자 모양, 도우·엣지의 두께, 배달 시간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한다. 점주 입장에서는 부담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제도다. 미국 본사에서 한국파파존스의 품질 수준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해 그만해도 된다고 했지만 자체적으로 비용을 들여 제도를 유지·운영하고 있다.”
-최근 외식 업계 트렌드는 어떻게 보시나.
“건강, 다양성, 새로운 맛에 대한 고객의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비건 인구가 증가하면서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메뉴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파파존스는 국내 업계 최초로 비건 피자를 출시했다.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변화하는 소비 환경과 상권 구조에 대응 전략은 어떠한가.
“점주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창의적인 운영도 장려하고 있다. 각 상권 특성에 맞춘 다양한 매장 형태를 도입하고 있다. 배달 특화 소형 매장인 ‘그랩 익스프레스(Grab Express)’ 매장과 야구장·리조트 등 특수상권 맞춤 매장처럼 유연한 포맷으로 점주들이 각 지역 시장에 맞는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지방 상권임에도 파파존스 진주점은 수도권 매장을 제치고 역대 최고 매출을 냈다. 그랩 익스프레스 글로벌 1호 매장인 덕소점은 출점 한 달 만에 전국 매장 매출 상위 25%에 속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가맹점과의 상생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가맹점의 성공이 곧 본사의 성공’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당시 본사는 약 4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피해 가맹점을 직접 지원했다. 최근에는 환율 상승 등 외부 요인으로 매출원가가 급증했지만, 가맹점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본사가 차액을 부담했다. 단기적 손실보다 장기적 신뢰를 택한 조치들이다. 격월로는 상생협회의를 열어 가맹점주들과 소통하고 있다.”
-위기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위기였다. 당시 본사가 직영 중심 구조로 전환해 리스크를 직접 감내했고, 전체 매장의 약 55~60%가 직영 매장으로 운영됐다. 위기 속 확장 전략으로 안정적인 회복 기반을 만들었고, 2012년부터는 다시 가맹점 모집을 본격화하며 전환점을 마련했다.”
-파파존스의 향후 목표는.
“내년까지 300개 매장, 2035년까지 전국 350개 매장을 내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가맹점주의 희생을 요구하는 무분별한 출점은 지양한다. 단순히 매출이나 매장 수 1위 브랜드가 되는 것보다 고객 선호도 1위 브랜드, 단위 매장당 매출 1위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다. 소비자의 일상 속 다양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문화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